기타

가족모임으로 방문하게 된 서래마을 우참판

애초에 제가 선택한 가게가 아니라 전 그냥 얌전히 따라갔습니다.

원래 매장은 3층인가 그런데 룸으로 예약해서 룸이 있는 7층으로 바로 올라갔습니다.

와인은 구비되어 있긴 한데 어차피 1병까지는 콜키지 프리라(이후 병당 1만원?) 저희는 그냥 들고 갔습니다.

기본세팅

 

4인으로 방문해서 일단 주말 런치정식 4인분(42000*4)을 주문

런치정식류의 경우 부위를 선택하는게 아니라 알아서 안심, 등심이 섞여서 나옵니다.

먼저 안심부터

적당히 구워진 고기는 감자 위에 올려주십니다.

다음은 등심

등심도 적당히 기름지고 맛있었는데, 등심을 맛보기 전에 가족들이 안심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이미 특안심으로 추가주문하기로 결정

추가로 주문한 특안심(59000원, 130g)*2인분

감자도 야금야금 먹고 있으니 추가로 주셨습니다.

기본 런치정식에 나오는 안심도 괜찮지만, 이 안심은 폭신하고 빵빵하고 부드러우면서 풍미도 있는 게 기대보다도 맛이 좋았습니다.

서버분의 설명으로는 런치정식이랑 받아오는 소는 동일한데(그러니까 둘 다 1++ 같은 소라는 소리..) 같은 안심 중에서도 부위가 다르다고

런치정식에 포함된 식사메뉴 중 2인분은 된장말이 죽으로 주문.

이 죽은 2인분 단위로 가능하다고 해서 죽으로 2인분, 열무국수로 2인분(열무국수 선택 시 추가 요금 3000원*2)을 주문했습니다.

이건 가족 중에 계란찜 마니아가 있어서 추가한 계란찜(4000원)

된장 죽과 열무국수는 소분해서 쉐어

된장 죽이 좀 더 나은데, 다양하게 먹으려면 이렇게 쉐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음

후식

룸의 전망 

JW매리어트 뷰

 

자꾸 추가적인 차지가 발생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저희가 더 먹고 싶어서 추가로 주문한 메뉴들 빼고는, 열무국수 정도에만 추가 요금이 존재하고 룸 차지, 콜키지 등의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고기에 미리 소금 간을 해서 무쇠판에 구워주는 스타일은 물론 맛있다곤 생각하지만 실링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서 가기 전까지는 사실 심드렁했는데, 생각보다는 그 실링이 높았습니다.

적당히 받쳐주는 맛에 서버 분도 친절하시고 룸으로 모임하기도 좋으니, 그런 용도로는 충분히 리즈너블 한 가격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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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 한남동/모수 서울

2022. 5. 19. 15:49

올해 1월에 미슐랭 서울 2스타 레스토랑인 모수에 처음으로 방문했습니다.

모수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인상이라고 한다면 한식 혹은 일식을 기반으로 한 컨템포러리이고 생선 비중이 높아서 생선을 극혐하는 분이랑 동행은 불가..그래서 결국 혼자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한때 모수가 혼밥을 안받는다거나 하는 글을 봤는데 제가 예약했을 때 기준으로는 그렇진 않고 한 타임에 혼밥 테이블을 하나만 받는 정도였습니다. (의외로 예약 개시일에 전화하기만 하면 평일 런치는 예약이 아주 어렵진 않았음)

이날의 메뉴

아무래도 첫 방문이고 가격대가 있는 곳인 만큼 우선은 런치(방문 당시 14만원)로 방문해 보았습니다.

요리와 곁들일 수 있는 주류 페어링(요리마다 음식점에서 판단하는 어울리는 술을 글라스로 매칭 하여 제공하여 주는 것)도 준비되어 있어서 주문해 보았습니다.

페어링 가격은 제가 방문했을 당시 기준으로 홈페이지에는 10만원이라고 쓰여 있고 방문 전달의 다른 분의 후기를 보니 7만원이어서 실제로는 얼마이려나 했는데 나중에 찍힌 거 보니 8만원이었습니다.

첫 번째 페어링은 Tibouren Clos Cibonne 2019

작은 한입들과 곁들여 먹으라고 하시네요. 

참고로 잔은 잘토와 가브리엘을 섞어 쓰시네요.

시작으로 한입거리들이 나오는데 한꺼번에가 아니라 하나씩 나오는 스타일

가장 처음으론 활가리비가 올라간 김말이가 나왔습니다.

보통 스시야의 경우도 중간 정도 가격대까지는 일본에서 팩으로 나오는 냉동 가리비를 쓰는 경우도 있는 걸로 아는데 미슐랭 2스타 파인다이닝 답게 동해산 활 가리비를 쓰신다고 하네요.

이건 버섯 타르트였는데 안에 액기스도 버섯을 베이스로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마지막 한입 요리로 나온 모수의 시그니쳐 메뉴 중 하나인 전복 요리

와인 페어링 첫 잔이 한입거리들과 계속 마시라고 준 와인이라 전복까지 계속되는 건데 전복도 한입거리인 줄 모르고 와인을 먼저 비웠더니 전복이랑도 같이 페어링 해보시라고 살짝 더 따라주시더라고요. 제가 바보인걸 자랑하려니 부끄럽긴 하지만 어쨌든 이런 세심한 부분이 좋았습니다.

음 물론 부드럽긴 합니다만 워낙 스시야나 파인다이닝에서 질 좋은 전복을 자주 사용하다 보니 전복의 조리 자체는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을 먹는 수준의 감흥이나 질감이라기엔 조금 어폐가 있지만 유바와 라임, 감태 등이 어우러진 전체 요리로 놓고 봤을 때 이 스타일의 구성은 확실히 유니크하며 재료들의 조화가 좋게 느껴졌습니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대방어와 숙성 감귤간장

잘 숙성된 방어랑 안에 시소였나..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페어링으로는 일본술인 ちえびじん 備前雄町 特別純米酒 生酒(치에비진 비젠오마치 토쿠베츠쥰마이슈 나마자케)가 나왔습니다.

지금 찾아보니까 니혼슈도는 -5정도로 나오는데 찾아보지 않아도 직관적으로도 달달한게 느껴져서(요근래 계속 드라이한 니혼슈 위주로 마시던 상태라 더 달게 느껴졌을지도) 영귤간장 소스의 은은한 단 맛의 요리에 곁들여 먹으니까 서로 시너지가 좋았습니다.

대문짝 넙치와 북방대합

네, 뭐 아무래도 예습을 하고 갔는데

미리 다른 후기들의 메뉴 사진들을 보면서 가장 비쥬얼적으로는 기대가 안된다고 생각했던 메뉴입니다.

모양만 보면 동네 한정식집에 나오는 아무 영혼 없는 식은 생선튀김조각 들어간 샐러드 닮아서 ㅎㅎ

물론 막상 먹어보니 따뜻하고(양상추까지 따뜻함) 맛은 전혀 달라서 놀랐습니다. 

보통 스시야나 파인다이닝에서 북방조개에 그릴 향을 많이 입히는데 이 요리는 그릴 향이 주로 레터스 쪽에 가 있어서 첫인상은 좀 어색하긴 했는데 먹다 보니 북방조개의 단 맛은 잘 느껴졌습니다. 

페어링 된 와인은 chateau Talbot의 caillou blanc이었습니다. 딸보는 레드와인만 들어봤는데 화이트도 있었네요. 주 품종으로 소비뇽 블랑이 들어가는데 당연히 저는 와인에 조예가 없어 주로 신대륙의 소비뇽 블랑 위주로만 마셔봤는데 그것과 비교하면 경쾌한 느낌보다는 조금 묵직한 느낌이라 신기했습니다.

브로콜리 솥밥은 미리 보여주시고 다시 담으러 가져가시고

참고등어 '그루노브루아'

모수의 또 다른 시그니쳐 메뉴

요리는 일단 맛있어야 하지만 거기에 더해서 새로운 느낌을 주기 위한 시도들이 존재하는데 그중에서 이 요리는 기존에 알던 고등어라는 생선의 맛을 의도적으로 배반하는 맛

고등어의 생선 살이라는 느낌이나 뉘앙스가 거의 없고 굳이 비유하자면 잘 만든 저온콩피 혹은 훈제연어와 비슷한...

뱃살 쪽 끄트머리는 그나마 고등어라는 늬앙스가 느껴지긴 했지만요.

메인과 페어링 되는 와인

귤속 데리야끼 한우

브로콜리 솥밥

 

모수의 장르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은 일단 뒤로 하고,

어쨌든 한국에 위치한, 한식 혹은 일식의 모티브가 들어간 레스토랑에서는 메인이 참 고민거리인 것 같습니다.

재료의 수급이 한정적이고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소고기를 내는 경우가 많아짐->소스도 간장 혹은 간장을 베이스로 하거나 간장과 비슷한 류의 소스로 한정됨->주로 한입 크기로 썰어져 나오는데 그 한입 크기의 크기 역시 작으므로 상당히 이른 시간 내에 미지근함을 넘어 차가움으로 변모해 버리기 때문에 적절한 서빙 속도나 대책이 필요함

물론 먹는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이런 부분은 충분히 감안하고 먹긴 합니다.

모수의 경우도 이러한 연쇄가 완벽하게 해결이 되었다고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맛이 있냐/없냐로 따지자면 있는 쪽.

브로콜리의 경우 스프카레같은데에 들어가는 브로콜리 스아게(素揚げ)를 먹다 보면 느껴지는 태운 맛이라고 해야 하나? 이걸 솥밥으로 구현한 느낌이었습니다. 

디저트와 함께 새로 물수건이 준비되는 점은 좋네요.

입가심 소르베

마음에 들었던 따뜻한 증편

아이스크림에 들기름 같은걸 넣는 건 기원이 무엇일까요? 모수인지 다른 곳인지 아님 역사적 기원이 있는지

요즘은 꽤 보이는 시도인데...

아무튼 이 조합이 의외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커피는 아이스 카페라떼를 선택

다과가 딸려 나옵니다. 옆의 나뭇가지로 집어먹으면 됨

마스크 봉투도 제공이 되고, 옆에는 오늘의 메뉴와 영수증을 넣어가라고 편지 봉투도 제공이 됩니다.

이런 센스 좋아요.

신기해서 찍어봄

엥간하면 화장실 사진은 패스하는데, 손수건+어메니티(Aesop)가 호텔급

백신패스가 시행 중이던 때였는데, 이때 저는 백신을 접종한 상태긴 했지만 아직 2회차 14일이 지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방역 패스 시행 중에도 법적으로 혼밥이 막힌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식당 재량에 따라 혼밥도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만 받거나, 음성 증명서가 필요하거나 제각각이었습니다.

이 글에선 세태 자체의 옳고 그름에 관해서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방문 전에 미리 식당에 오는 모든 사람의 접종 증명 혹은 음성 확인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는데, 1명인 경우도 음성 확인을 준비하면 되냐고 문자를 했더니 1명은 괜찮다는 답장이 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식당에 방문을 하니까 혼밥이라도 절대로 음성 증명 혹은 접종 증명이 필요하다고 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워낙 확고하게 말씀을 하셔서 조금 당황하며 사전에 주고받은 문자를 보여주니 제 폰을 들고 가서 한참 토의를 하시더니 정부 시책이 변경되어서 이날부터 괜찮은 거였다고 하시긴 했는데...

식사 전부터 그렇게 안 좋은 쪽으로 긴장된 텐션이면 사실 뭐 별로 편안하진 않거든요.

예약금을 받는 식당이고(워낙 노쇼 문제가 심각하니 디포짓 문화 자체에는 긍정합니다) 사전 안내 및 소개문에도 방역 패스 및 코로나 관련 등 어떠한 사유로도 예약금 반환은 되지 않는다고 명시를 하는 식당인데, 만약 제가 사전에 문자로 연락을 하지 않고 전화로 확인을 받아서 괜찮다고 한 증거(?)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과연 그때도 '시책이 변경되었는데 착오를 한 것이어서' 앉아서 식사를 끝마칠 수 있었을까? 돈은 안 뜯겼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여지를 줘버렸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음성 확인이 필요하다고 해줬으면 저도 그 부분은 이해를 해서 음성 증명을 갖고 가거나 미리 취소를 하거나 했을 텐데 아쉽습니다.

머리로는 이건 워낙 이레귤러 한 상황이어서 그렇고 평상시의(매뉴얼이 있는) 대응은 유기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되겠지...라곤 생각하는데

그래도 난황 알레르기가 있는 가족을 데려가긴 조금 주저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녁 타임에만 나오는 시그니쳐 메뉴들도 있긴 하니 한 번쯤 더 들려보고 싶긴 합니다.

한국에 미슐랭 2스타가 2022년 기준으로 7곳이고 그중에 4곳을 가보았는데 그중에선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이날 밥은 혼밥으로 처먹어 놓고 아는 분이 선물 보내주셔서 받아옴.

잘 먹었습니다.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호텔의 피에르 가니에르에 혼밥으로 다녀왔습니다.
(부자연스러운 키워드 넣기를 싫어하는데 식사의 대부분이 혼밥인 저부터가 검색창에 레스토랑 이름+혼밥으로 검색해서 싱글 다이닝 친화도를 검색하기에 혼밥인 경우 혼밥 키워드는 넣는 편. 당연히 여기는 혼밥하기 좋습니다.)

정기적으로 메뉴가 변동되므로 당연히 지금과는 메뉴가 다르고, 최신메뉴는 홈페이지에서.
이날 기준 피에르 가니에르 런치는 바다를 선택하면 10만원, 육지를 선택하면 13만원, 둘 다 선택하면 15만원, 그리고 한우 안심으로 변경 시 3만원이 추가됩니다.
저는 소고기는 그리 내키진 않아서 바다 코스로..

웰컴푸드
볼링저 로제 샴페인이 글라스로도 있네요

이런식으로 한번에 여러개 깔아놓는 피에르 가니에르 스타일을 일본에선 칵테일 드 포쉐로 부르던데 한국에선 뭐라 하나요?(진짜 모름)

오우..맛있네

접시가 짱컸음
비트와 소렐 소스를 곁들인 대구 요리
비트의 조합이 어떠려나 싶었는데 전혀 이상하지 않고 맛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지금까지 계속 어느 측면에서 달콤하다고 느낄 수 있는 요리들이 진행되어 왔기에 메인으로 육류도 먹었어야 밸런스가 맞았나? 싶은데 이건 제가 소고기 싫다고 안 시켰으니..

디저트로 넘어갑니다.

오, 쁘띠뿌 메뉴들이 상당히 맛있네요
옆의 팀이 여기는 디저트 맛집이네 하시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소서에 흘린 줄 모르고 결국 바지에도 흘려버림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은 호텔&미슐랭 조합의 근본을 갖췄을 뿐 아니라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검증된 호텔 레스토랑을 원하는 커플에게는 물론이고 섬세한 프렌치를 즐기는 미식가에게도 좋은 선택지인 듯합니다.
개인 사업장에 비해 호텔 레스토랑이 좀 더 덮어놓고 까기 좋다곤 해도(이거 나만 그런가?) 이쯤 되면 까기 조금 주춤하게 되는..
그렇다고 맛없게 먹었다는 것은 아니고

피에르 가니에르는 한국 외에 당연히 프랑스에도 있고 일본에도 진출해 있습니다.
일본의 지점에 방문해 본 적은 없지만 '폰'으로 비교해보자면

한국은 생선은 10만, 고기는 13만, 둘 다는 15만이라면
일본의 경우 런치는 웰컴푸드와 칵테일 드 포슈, 메인, 디저트 등 전반적인 구성은 한국과 거의 비슷하고 여기서 메인을 고기만 혹은 생선만을 고를 경우 소비세, 서비스료 포함 8701엔이고 고기를 고르건 생선을 고르건 둘의 가격 차이는 없습니다.
고기와 생선 둘 다 선택할 경우 14295엔이고요. 여기에 요리 하나 더(현재 기준으로 추가요리는 랑구스틴이네요) 추가된 옵션이 18645엔입니다.
(여담이지만 일본도 세후가격을 표기하도록 하는 개정법률 시행일을 맞이하면서 세전가격 장난질이 줄어지는 추세입니다. 여전히 서비스료는 별도임ㅎ라는 가게는 있지만 적어도 세금까지 표시가격과 별도로 받는 곳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물론 벌칙조항은 없는걸로 알지만 근본있는 가게들은 적어도 웹상 표기는 많이 바뀜)
뭐..근본력으로 따지면 도쿄는 2스타이니, 한국이 더 비싸야 할 이유는 없고
빅맥지수는 아니지만..
음식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원가 베이스와 시장 상황을 조합하여 각 나라의 식자재의 수급, 물가, 경쟁하는 파인다이닝의 수준, 호텔 정책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고
저는 이 중 원재료 가격으로'만' 적정성을 따지는 소위 말하는 원가충(?)에 동의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음식 혹은 전체 코스의 완성도만 비슷하다면 더 저렴한 재료를 쓰더라도 같은 값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최대한 종합적으로 이해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물가와 재료는 일본과 비교했을때 어떠한가.

제가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에 방문했던 날 기준 일본 피에르 가니에르의 런치 생선 요리는 마토우다이(달고기)였고 고기는 일본의 지방의 브랜드 돈(豚)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뿔닭으로 바뀌었네요. 빵과 함께 나오는 버터는 일본은 보르디에 버터를 쓴다고 홈페이지에 자랑하고 있는데, 이건 취향의 차이이니. 아마도 한국에선 보르디에 정식 수입은 되지 않고 있기도 하고요. 저는 보르디에 쪽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요.
앞서 언급했듯이 파인다이닝에 가성비를 왜 찾냐 프렌치는 쉐프가 만들어내는 형이상학적인 가치의 완성도를 따져야지 물질적인 비교가 중요한 게 아니다..주의에는 저는 부분적으로만 동의할 수 있을 뿐
당대의 혁신은 언젠가 클래식이 되기 마련이고 피에르 가니에르도 한국에서의 입지 혹은 요즘의 트렌드와 비교한다면 충분히 클래식에 속한다고 생각하는데, 허나 아무리 클래식이라고 하더라도 파인다이닝을 찾는 이유에 새로운 식경험을 추구하려는 목적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고 실제로 이날 경험한 전채 메뉴들도 포션이 워낙 작아서 그렇지 클래식함 속에서 한국의 색채나 다양한 변주가 느껴지긴 했습니다. 확실히 소진화는 일어나고 저도 그중에서 플러스 인상을 받은 요리가 없지는 않았으나 섬세한 미식가의 경우 그런 메뉴의 임팩트가 저보다 훨씬 더 크게 와닿을 수도 있고요..허나 근본적인 재료 면에서 주재료, 부재료 모두 망상으로 경험해 본 일본과 비교했을때..역시 두 나라는 미식 환경에 차이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사실 그냥 일본은 상대적인 비교 없이 글을 쓰긴 좀 그래서 쓴 거고 처먹는 놈은 처먹는 일이나 하지 사업자도 아니면서 왜 한국의 식자재 가격이랑 제약조건을 모르면서 입터냐 그러면 할 말은 없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그럼 원가 대비 마진 비율이 동일하면 모든 게 이해가냐 하면 그건 또 아니라서..
결론은 그냥 제가 느낀 종합적인 인상이 그랬다는 소리입니다. 첫 방문이고 가장 짧은 코스였으니 레스토랑의 모든 것을 느끼기엔 아직 부족하겠지요.
일본 피에르 가니에르가 궁금해졌습니다.

 

아무튼 잘 먹었습니다.
가장 짧은 코스의 경우 점심은 한 시간 컷이니 빠른 전개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계산서나 영수증 등을 예쁜 봉투에 담아주는 파인다이닝이 점점 늘어나고 있더라고요.
피에르 가니에르의 경우 제가 보는 앞에서 다른 종이가 들어있던 봉투에 그 다른 종이를 빼고 다시 제 영수증을 욱여넣어서 주시던데.
(제가 일부러 구기거나 찢고 사진 찍은 것이 아닌 받은 그대로의 상태입니다.)
물론 이걸로 클레임을 걸면 제가 미친놈이지만
전반적인 서비스의 인상이 과잉 친절도 아니고 불친절도 아니고 그렇다고 요즘 업장처럼 프렌들리 하지도 않고 뭐 딱 이런 스타일의 인상이었다는 소리.

21.11 코지마 런치

2022. 5. 7. 01:18

10월에 첫 방문을 하고 두 달 연속으로 방문하게 된 코지마

이날도 런치로 방문했습니다.

지난번과 달리 이날은 스시 전에는 3종 세트가 아닌 게살만 나왔습니다.

확실히 특유의 향이 있는 코지마 전복

흰살은 당연히 기억이 안나요..

이날은 아마 광어랑 참돔이었던 것 같긴 합니다.

갑오징어(스미이카)

아마 잿방어인데..엄청 기름져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시원했던 미루가이

카츠오

학꽁치(사요리)

사이즈 좋은 보리새우

전어(코하다)

코지마도 방어는 사람마다 평이 와리가리하던데..이날 먹은 방어는 맛있었음

초록 오가와

전갱이

칼집을 낸 무늬오징어에 시소 넣은거

저는 갑이랑 무늬 둘 다 생으로는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마치 스타일은 다르지만 제가 고속도로 휴게소 우동이랑 사누키 정통 우동 둘 다 싫어하는거랑 비슷함

그런데 코지마에선 둘 다 맛있게 먹음

둘 다 제가 좋아하는 식감은 아니긴 한데 갑이 좀 더 단단하다면 무늬는 좀 더 오징어 특유의 끈적이는 느낌?

무늬오징어의 단 맛과 시소 향이 어울리면서 꽤 맛있게 먹었습니다.

카스고

가리비 맛있다!

이날은 카츠오가 나와서 그런가 아카미는 안 나오고 뱃살 부위만

고등어도 맛있긴 한데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 그런지 처음 먹었던 코지마의 고등어의 충격에 비하면 살짝 덜했습니다.

편차가 없진 않겠으나 장어는 코지마가 참 맛있다고 생각해요

칸뾰

이건 도미였을거..

사진 저장용입니다.

어차피 기억도 날라갔고 지금이랑은 철도 다르고..

그런데 이날 먹는 내내 기분이 좋을 정도로 맛있던 식사긴 했음

바위파스타바는 한남동으로 이전하기 전 성수동 시절에 한번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https://koinegau.tistory.com/257

 

21.11 성수동/바위파스타바

21년의 서울 미식 트렌드 중 하나를 꼽으라면 파스타바일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바위 파스타 바는 모든 레스토랑을 통틀어서 봐도 사실상 회원제인 곳들을 제외하면 예약 난이도가 가장 높은

koinegau.tistory.com

한남동으로 이전하고 난 뒤로는 첫 방문입니다.

예약이 어려운 편이라 이전에 방문하고 나서 앞으로 예약할 기회가 있으려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한타임당 인원도 늘고 해서 이전보다는 기회가 수월해진 것인지 아니면 그냥 운이 좋았는지..

2부제로 나눠져 있고 2부는 주류 필수이지만 1부는 필수는 아닙니다.

한 타임당 예전에는 2명씩 2팀을 받았다면 지금은 3팀정도, 그러니까 총 6명

저는 1부로 예약했고 원래 같이 가려던 사람이 못 간다고 해서 몇 년 만에 한국 온 친구랑 같이~

와인리스트

이전 방문 시에 한남동으로 이전하고 나서는 글라스 와인도 구비할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실제로 리스트와는 별개로 정말로 글라스 와인이 구비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 친구 중에선 건강상 술을 잘 못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저 혼자 마시기엔 아무래도 보틀은 부담되거든요..

25000원인데 사진보다 넉넉히 채워주심

오늘의 메뉴

이전하고 나서 가격은 인당 95000원으로 책정되었는데 그만큼 코스 구성이 늘어났습니다.

메뉴 자체는 주기적으로 변동되는 듯 한데

또 이날은 작년에 갔을 때와 겉보기에는 그 주기가 겹치는 편인데 과연 어떨지~

먼저 나온 식전주

민트와 펜넬을 사용한 샐러드

이 샐러드는 작년 시점에서 이미 거의 완성된 메뉴라곤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에는 표고 대신 모렐 버섯이 주 재료로 들어갔다는 점이 차이점

트러플과 양젖 치즈가 마무리로 올라갔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페코리노 로마노이려나?

다음은 수란, 감자, 관찰레 스프

후추를 많이 뿌려 스파이시함도 있고 관찰레의 늬앙스도 나는데 관찰레는 입자로 들어있기보다는 베이스로 사용하신 듯하고

수란을 찢어서 밸런스 좋게 맞춰 먹으면 됩니다.

첫 번째 파스타로 나온 봉골레

이건 작년 방문 시에도 맛봤던 메뉴인데, 첫인상으로는 코스가 늘어난 만큼 양을 고려해서 면의 양은 조금 줄어든 게 아닌가?싶었습니다.(뇌피셜)

반면에 조개의 양은 거의 그대로거나 조금 늘어난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작년에 비해 조금 더 간이 잡히고 백합의 짠기나 쓴 맛이라고 해야하나?가 좀 더 짙어졌습니다.

기본적으론 여전히 저 끈적한 즙이랑 파스타가 잘 맞았지만

저는 술과 함께했지만 같이 간 친구는 맹물과 먹어서

혹시나 너무 짜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일본 생활이 오래된 친구고 워낙 짠 음식에 거부감이 없는 친구라 그런지 그렇진 않았다고 하네요.

대게살과 내장, 대게 육수로 만든 스파게티

정규 코스 중에선 유일한 건면이었습니다.

게를 이용한 요리 역시 작년에 먹어봤던 꽃게 리소또의 시점에서 거의 완벽하다고 느꼈는데

거기서 리조또냐 스파게티면이냐

꽃게냐 대게냐 정도

저는 꽃게를 더 선호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저 같은 사람이 그걸 실제 구분해보라 하면 쉽게 구분하진 못할 것 같고

아무튼 저는 작년의 리소토가 더 취향인데 그건 게살이 완전히 소스로 기능한다는 느낌이라면 이 파스타는 좀 더 건더기로의 느낌도 있다~

이건 쌀은 숙성한 까르나놀리 쌀인데 훈연 향을 입혔고

소스는 카치오 페페 비슷하게 블랙 페퍼와 페코리노 로마노를 사용하셨다고 합니다

이전 방문에선 몇몇 트러플이 들어간 요리에 트러플 향을 잘 느끼지 못하겠다고 썼는데,

이건 확 나요~

이걸 원했어

따야린에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와 버터 정도만으로 만든 심플한 파스타에 트러플이 잘 어울립니다.

정규 코스의 마지막 파스타는 트로피에라는 숏파스타였는데

양갈비살에 하몽이나 레드와인, 포르치니 등이 소스로 들어갔다고 하십니다.

트로피에 면은 처음 맛보는데 은근히 씹는 맛도 있고 그만큼 저작을 하다 보니 라구 맛의 밑바탕으로의 기능도 잘한다 해야 하나? 맛있게 먹었습니다.

마지막은 서비스로 나온 링귀니 건면을 사용한 파스타

시간이 남는다고 서비스로 주셨는데 이건 뭐 저희는 술도 거의 주문 안 했는데 무임승차로 받아서 좀 황송한 느낌이지만

결국엔 순수 입에 감기는 맛으로 따지면 또 이런 직원식 스타일이 장난 아니라는..

샤프란 판나콧타로 마무리

 

여전히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전 후에 보조 쉐프를 두면서 한 타임 인원도 늘어났는데

소소한 차이는 있어도 맛의 퀄리티적으로는 이전이랑 큰 차이는 없다고 느꼈고, 

예약이 된다면 지금처럼 분기나 반년에 1번 정도의 페이스로 방문하고 싶어요.

 

디저트는 베르나르도 한남에서

 

제가 다 파악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렇게 그릇 회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도 있고 아니어도 점점 고급 식기를 체험해 보는 컨셉의 카페나 음식 업장들이 생겨나서 좋아요.

조만간 집에 베르나르도가 늘어날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21.09 창성동/온지음

2022. 3. 13. 18:50

경복궁 왼쪽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온지음

점심으로 방문했습니다.

지금은 아마 글라스 샴페인이 나오는 게 바뀌었던 것 같은데

이때 기준으로는 글라스로 샴페인을 주문하면 BARONS DE ROTHSCHILD가 나왔습니다.

가성비는 모르겠고 저같이 와인 잘 모르는 사람 기준으로는 비슷한 급의 샴페인 중에선 과실 향이 나름 잘 느껴져서 좋아하는 와인

정규 코스 시작 전에 나오는 주전부리 메뉴와 전통주 페어링으로 나온 식전주

2명으로 방문한거라 사진은 2인분이고 다시 개인접시에 담아 먹게 됩니다.

온지음은 2명 이상이 방문할 경우 이런 식으로 공유 접시에 내주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저런 큼직한 자기에 담아주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고.. 어느 정도 비쥬얼도 살고 나눠먹는 것에 의미를 담고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https://guide.michelin.com/kr/ko/article/people/genesis-what-drives-me-onjium-cho-eun-hee

접시에 한 점씩 덜어왔습니다.

콩이 들어간 담백한 콩송편으로 시작해서

부각은 고구마랑 어란 부각이었는데

내주시면서 설명을 다 해주시지만 금붕어 기억력이라 이걸 입에 가져갈때 쯤엔 이미 곤이 부각으로 착각하고 먹어서 이상하다 원래 이런 맛이던가 하고 뉘 집 생선 곤이냐고 여쭈어 보니까 어란 부각이라고 ㅎㅎ 어쩐지 곤이 치고는 맛이 굉장히 진했어..아마 숭어에 민어? 어란을 섞어서 사용한다고 하셨던 것 같아요. 온지음의 부각류는 참 얇으면서도 정말 맛있는

새우 밑의 개성 장땡이는 이제 두세 번 정도 먹은 것 같은데 먹을 때마다 편차-물론 저 자신의 미각의 편차도 포함해서-가 없진 않지만 그래도 항상 맛있게 먹는데 이날은 중간 정도의, 그러니까 너무 짜지도 않고 적절하게 먹었습니다.

새우는 꽤 말려서 응축된 갑각류 맛이었고 다래로 마무리 했습니다.

본격적인 코스의 스타터로 나오는 두부는 방금 막 만들었다고 하시는데 검은콩과 흰 콩을 섞었다고 하네요

마무리로 참기름이 들어갔으려나? 싶은 고소함이었습니다.

가을~겨울쯤에 자주 나오는 메뉴인데 9월이라 재료에 무화과 등 약간의 변주가 들어간 게살 잣 수란

석이버섯을 전분을 묻혀 데쳐서 식감에 포인트를 준 게 온지음 다웠습니다.

전채로 이 메뉴가 상당히 자주 나오는 이유가 있는데

잣의 고소한 느낌도 있으면서 산미도 있고 재료들과도 잘 어울리고 그렇다고 그 새콤달콤한 맛이 다음 메뉴로 넘어가서 방해하지도 않거든요.

항상 맛있게 먹는 시그니쳐 메뉴입니다.

페어링은 가평청진주

전 메뉴로는 더덕 튀김과 빙자전이 나왔습니다.

더덕 튀김(섭산삼)은 더덕 자체의 맛을 느끼라고 소금물에 담갔다가 찹쌀가루에만 묻혀서 튀겼다고 하시는데

쌉싸름한 느낌이 거의 없고 더덕 본연의 굉장한 단맛과 식감이 느껴졌던 메뉴. 더덕이라면 약간의 씁쓸한 맛이 있어야지~하는 분에겐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저는 그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빙자병은 녹두전과 비슷한데 예전 돼지 다진 소 대신 팥을 넣어 만든 바삭한 떡 같은 느낌이라고 합니다.

페어링은 파주의 찹쌀과 멥쌀을 이용해 만든 아황주였습니다.

까마귀가 노랗게 보일 정도라고 해서 아황주라네요

제철 회

이번에는 메인이 되는 제철 회는 한국식 회쌈밥이었습니다.

도미, 참치, 고등어 모두 초밥으로 자주 쓰이는 재료들인데

스시와의 차이라면 밥을 간장으로 간하고 위의 생선에 초를 바르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회 부분에 발효취라 해야 하나? 조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맛은 아니었는데 뭐 제철회 부분은 원래도 (매달 모든 손님에게 나오는 디폴트 메뉴이긴 하지만) 코스에 써있진 않는 일종의 서비스 메뉴이기도 하고 워낙 다양하게 시도되는 편이라 크게 아쉽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대신 같이 나온 다금바리 회의 감칠맛이 정말 좋았습니다.

전어는 절인 오이와 양하에 참기름을 같이 무쳐 나왔고

밑의 장은 두부장이라고 하는 된장 사이에 두부를 박아둔 뒤 체에 거른 장이라고 하는데 블루치즈 같은 맛도 나고 전어랑 같이 먹으니 신기했습니다.

나물 양념은 온지음이 워낙 잘해서 가운데 있는 비름나물은 당연히 맛있고요.

메인 요리인 전주식 갈비찜

페어링은 40도의 안동 진맥소주

채 썬 갈비 위로 밤과 대추, 그리고 옆으론 자연산 송이를 같이 주셨습니다.

온지음도 그렇지만 한식에서 메인 요리는 대부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소고기가 되고 양념은 간장 베이스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틀 안에서 이런 식으로 매달 최대한 다양한 조리법의 요리로 변화를 주는 게 아닌가 싶은

송이와 함께 맛있게 먹었습니다.

도라지, 더덕, 숙주, 무나물, 박나물, 청포묵, 밤채가 들어갔다고 하는 백화반

온지음의 대표 요리 중에 궁금했던 백화반을 드디어 맛보았는데

근본이 되는 밥이 워낙 맛있고 나물도 조리가 잘 되어서 같이 나온 중탕된장 없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래도 중간쯤에 중탕된장으로 변화를 주면서 먹긴 했지만..

 

반찬으로 나온 명이김치와 토란 호박잎 된장국과 함께 먹었습니다.

후식으로 나온 쌍화편은 푸딩 같은 맛과 위에 올라간 쌍화차, 그리고 대추의 맛

바삭한 흑임자 약과와 유자 속에 밤, 대추, 석이버섯을 넣어 1년 정도 묵혀서 만들었다고 하는 유자주머니로 마무리

 

아무래도 온지음에 처음 방문했을 때는 디저트가 유일하게 저랑 잘 안 맞는가 싶었는데

처음에 나오는 디저트는 주로 유제품이나 계란 등이 사용되어 저처럼 전통 다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경우가 많고(특히 이 쌍화편은 마음에 들었음)

커피와 같이 나온 다과도 그렇다고 맛이 없진 않고 특히 유자 주머니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작년 9월에 방문한 후기를 지금 올리는 게 과연 의미가 있나..싶은 부분도 있는데

블로그로 개인 기록을 남기는 입장에서 그래도 사진과 메모를 보며 그때 들었던 생각이 떠오른다면 기록은 해둬야겠다 싶거든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예전에 일본에서 갈 레스토랑을 찾다가 어떤 셰프가 사진 촬영을 싫어하는 이유로 기록에 의존하지 말고 기억 속에 강렬히 담아줬으면 해서라는 취지의 글을 홈페이지에 써놓은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아무리 인상적인 요리라도 결국 저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더라구요.

물론 굉장히 맛있게 먹었다는 기억은 나는데요..마치 눈을 감고 머릿속에서 사과를 떠올리면 바로 빨간 사과에 꼭지와 잎이 달린 이미지가 떠오르듯이 바로 그 음식을 먹었을 때와 같은 유사 미각과 후각을 떠올릴 수 있냐 하면 그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약해지거든요.

물론 자주 접해본 식재이고 같은 식당에서 어느 정도 여러 번 먹어본 음식들은 점점 그 맛이 익숙해져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건 그 요리를 여러번 먹었을 때의 중첩된 맛에 대한 인상인거지 과연 한 번의 방문에 대한 인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최대한 이미지와 그 이미지에 대한 부연 설명으로 방문 시의 인상을 기록해 두는데..

이날 역시 이곳을 좋아하는 분과 같이 방문해서 맛있게 먹은 점심이었습니다.

22.02 스시리큐 런치

2022. 3. 9. 03:16

올해 새로 영업을 시작한 스시야, 스시 리큐에 다녀왔습니다.

런치 오마카세 기준 가격은 10만원

저는 스스로를 신상을 찾아다닐 정도의 스시 마니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이곳의 쉐프님이 코지마 출신이라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 계보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기대치를 높여주는 요소의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오늘의 네타 상자

스시 리큐는 오픈 초기에 굉장히 많은 츠마미로 입소문이 났는데 이날 기준으로 약간 니기리로 축이 옮겨가긴 했지만 그럼에도 스시가 나오기 전에 런치 치고 아쉽지 않을 정도의 츠마미들이 나왔습니다.

첫 번째로 나온 것은 게살 위에 토사즈(土佐酢) 쥬레를 올린 것

조금 게 껍질이 있긴 해도 위의 산미와 더해 맛있게 먹었습니다.

게를 먹을 때의 거의 모든 블로그 리뷰의 템플릿적인 문구들-예를 들면 남이 발라준 게는 무조건 맛있다느니 게껍질이 안 나와서 좋고 나와서 어떻고-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해 보았으나 그만큼 게가 껍질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무조건 맛있는 생물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감성돔이 나왔습니다.

얇은 편인데 감성돔의 위력(?)인지 그럼에도 어느 정도 맛이 느껴지더라고요

무늬오징어는 아마 소금에 찍어서 먹었던 것 같은데 적당히 끈적 쫀득하며 괜찮았습니다.

전갱이 이소베 마끼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제 예상보다 더 그 고소한 맛이 느껴져서, 맛있게 먹은 메뉴

사시미로도 나왔던 감성돔이 스시 첫 시작으로도 나왔습니다.

이곳의 밥 맛은 강렬하게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고, 슴슴한데 코지마와 비교하자면 좀 더 밥 자체의 향이라기보다는 부가적인 향이 더 나고(짬바가 딸려서 정확히 무슨 재료라고는 못하겠지만)

간은 뒷맛에 조금 더 초가 느껴지는..그 정도 느낌이었습니다.

이건 아마 갑오징어였던거 같은데..

단새우(아마에비) 3마리

학꽁치(사요리)

하가시 츄토로

시모후리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아카미

 

참치류들은 전반적으로 뱃살 쪽은 기름진 참치 향은 아쉽긴 하고 아카미는 무난한 인상

가리비

이렇게 보니 샤리(밥)의 쥐는 모양새가 특이하긴 하네요

가리비의 경우 그동안 너무 좋은 가리비만 먹어서 그런가?

가리비 자체는 사이즈도 그렇지만 아까 학꽁치도 그랬는데 너무 차가워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가리비, 학꽁치는 시원해도 된다고야 생각하는데 그 범위조차 제 취향 기준으로는 살짝 벗어났거든요.

이런 부분은 어차피 나아질 것 같긴 한데 일단 제가 경험한 시점에서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전복

소금은 조금 과투여가 아니었나 싶은데

첫맛으로 짠맛이 확 들어왔거든요 그만큼 더 맛이 끌어내어지는 느낌이긴 한데..

향은 그 특유의 뉘앙스가 느껴지는 편이라 잘 먹었습니다.

조개세트 마지막 피조개

우니

숙성 기간상 이제 막 멸치 향이 나기 시작한다고 하며 주신 코하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하신 것에 비해선 그렇게 멸치향이 세진 않고(그 멸치향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맛은 밸런스 있었던

굳이 따지자면 전어 자체가 원래 즙(?) 맛으로 먹는 거긴 한데 이건 좀 질척이는 느낌이 강하다 해야하나..그래서 앵콜은 하지 않았습니다.

청어는 생각보단 기름짐 같은 건 조금 부족한 느낌

사바보우즈시는 한점 더 주셨습니다 ㅎㅎ

본가에 비하면 조금 살결이 아쉽긴 하나 맛있게 먹은 아나고

간뾰마키

계란

오징어를 부탁드렸습니다.

아이스크림

다양한 차가 나오는 게 좋네요

 

 

이날 기준으로 쉐프 한분이 8명?9명?정도를 담당하셨는데

시간상으로는 그렇게 딜레이가 체감되진 않았는데 아직 좀 어수선하다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저와의 문제가 아니라 자세히 쓰진 않지만, 어떻게 보면 스시야의 장점이자 단점인데 다른 손님의 불만이나 느낀 점도 듣게 되거든요.

오픈 초기 후기를 봤을 때 나오는 양에 비하면 구성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제가 가본 동 가격대 스시야들에 비하면 종류 자체는 많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조금 그 부분을 희생하더라도 반대급부로 스시의 사이즈나 더 취향에 맞는 스시를 선호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재방문 의사는 없는데요

그래도 인기가 많은(수준을 넘어 예약이 힘든) 걸 보면 다양한 구성에 대한 열망을 해소해준 스시야가 아닌가 싶습니다.

 

 

파스타계의 예약곤란점이라고 하면 페리지와 바위 파스타가 있는데 바위 파스타는 작년에 가보았고

올해 우연히 페리지도 예약에 성공해서 다녀왔습니다.

요즘 시대에는 저같이 아무때나 시간이 비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취소표를 노리는 게 가장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이지 싶은데

또 취소표도 아니고 그냥 예약이 풀릴때 성공해버려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페리지의 와인리스트(음료 메뉴판)

음..

이날 제가 식사를 사는거라 같이 간 친구에게 먼저 와인 괜찮은지 물어봤는데 무알콜을 선호한다고 해서

저 혼자 와인 한병을 비우긴 저도 좀 무리가 있어서 그냥 보틀은 무알콜로 주문했습니다. 

무알콜 중에선 로제는 매진이고 리슬링만 있어서 리슬링으로

뭐 솔직히 제 마음속에서도 예상보다 가격대가 있어서 이 가격대면 무알콜을 주문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고요..

메뉴판

미리 적어두자면 2명 방문으로 에끌레어, 만조토나토, 라비올로, 봉골레, 안다리노스, 딸리올리니, 라자냐, 아뇰리티, 티라미수를 주문했습니다.

무알콜 리슬링 와인

아무래도 발효 전이다 보니 와인이랑은 좀 다른 느낌의 단맛이 나는 것은 사실인데

서버분 말씀대로 적당히 산도가 있어서 음식이랑 같이 먹기 좋았습니다.

첫번째 메뉴는 닭간 에끌레어

닭간 위에 포도 껍질로 만든 사바 글레이즈와 피스타치오가 올라갑니다.

전체적인 인상은 생각보단 단맛이 강했던

마치 푸아그라에 달달한 잼을 같이 먹는 것 같은 이치일까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임팩트는 아니었지만 한 피스 6000원이라면 주문해서 손해 볼 건 없다는 느낌

글라스로 주문한 레드와인

피노누아였는데..

저는 와인을 그리 많이 마셔보진 않아서

베리류나 미묘한 earthy 한 느낌도 나는데..설명대로 탄닌감이나 꾸덕함은 나파밸리 와인에 비해 그리 강하지 않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겠다는 느낌 

파스타 중에선 처음으로 나왔던 메추리알 노른자 라비올로

토스카나 지방의 피치면을 사용했다고 하는 봉골레

일반적인 스파게티 면보다 두꺼운데, 저는 평소에는 얇은 면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런 면도 씹는 맛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통 이런 류의 파스타를 먹으면 직관적으로 짠맛을 느끼는데-저는 짠 맛을 좋아하므로, 짠맛이 들어오고 찬찬히 모시조개의 향과 맛이 느껴지는 것이 전혀 문제 되진 않지만

이 파스타의 경우 입에 넣자마자 미칠듯한 감칠맛이 느껴졌습니다.

소스에 전복 내장과 버터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 변칙수 때문인지 무척 맛있게 먹었던 메뉴 

토마토 포모도로 베이스의 딸리올리니

이 메뉴는 신작이라고 하시는데 

이 메뉴 역시 토마토의 감칠맛에 해물이 더해져서 마음에 들었던 메뉴

딱새우, 호래기, 관자와 빵가루가 올라갑니다.

너무 토마토나 해산물 베이스의 파스타만 먹기도 그래서 친구한테 나머지 랍스터와 홍새우 파스타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했더니 랍스터를 골라서 주문한 안다리노스 랍스터 파스타

국물엔 우니랑 다떼리노 토마토도 들어갔다고 합니다

적어도 제 기준으로는 우니 컨디션이 안 좋을 때의 불쾌한 느낌은 없었고

아 이게 갑각류지 하는 맛도 나고

면은 입 안에서 꼬인 느낌과 풀어지는 느낌이 재밌다면 재밌는데

이날 메뉴 중에서는 임팩트는 그리 크지 않았던 메뉴

밑은 토마토, 위는 베샤멜소스의 레이어드 라자냐

식사를 마치고 나서 같이 간 친구한테 뭐가 제일 맛있냐고 물어보니까 이걸 꼽았습니다.

본인이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것보다 맛있었다고

확실히, 라자냐 겉 부분의 기분 좋은 정도의 바삭한 식감과 향이 좋았습니다.

지금 메뉴판을 다시 보니까 사태였구나..처음에 왜 등심으로 봤었지

중간에 추가로 주문한 스타터인 만조 토나토

고급 참치마요 맛

고기 자체도 약간 그 통조림 참치와 비슷하다면 비슷했고요

오리 육수랑 가슴살?이 들어갔던 아뇰로티

가운데 있는 소스가 어니언 수비즈이고

사오롱바오만큼은 아니지만 육수 내뿜는 맛을 내려고 하셨다는데

씹으면 진짜로 그 비슷한 감각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하나하나의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은 편이다 보니 한 번에 여러 개를 씹어야 더 맞는 느낌

디저트 체리 티라미수

요즘 2명이 먹을 수 있는 디저트인데 12000원이면 괜찮은 듯

 

 

전체적으로 맛있게 잘 식사했습니다.

이때 당시 7시 10분부터 9시까지 상당히 타이트하게 식사했는데 지금은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메뉴 가격은 지금 이 정도 가격이라면 청담동 파스타집들보다 살짝 싸거나 비슷하긴 한데 그만큼 양도 적어서 뭐 보통이 아닐까 싶고요

와인의 경우 10만 원 초반대(~13만 원대 레인지)부터 시작하는 것 자체는 어느 정도 입장료 개념이라 생각하면 뭐 그럴 수도 있다고 보는데요

제가 아무리 와알못이라도 일단 선택지가 있고 없고는 차이가 있는데 이날 기준 와인 리스트는 과거 봐오던 리스트에 비해 그 10만 원 초반대의 선택권 자체가 줄어든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뭐 술 마시러 가는 곳에 왜 투덜이냐 그럴 거면 가지마라..고 할 수도 있고 저도 다음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샴페인 중에 마실까 생각 중이긴 한데요 여튼 네..

다음 방문 시엔 먹어보지 못한 스타터와 마음에 들었던 파스타들 위주로 공략해 보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아주 만족한 식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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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 코지마 런치

2022. 2. 13. 14:39

생애 첫 코지마

일본에 마음대로 다닐 수 있던 시절에도 스시야에 그리 자주 가진 않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아주 가지 않은 것도 아니라서 일본 여행 초심자 시절에도 츠키지는 갔었고 스시를 좋아하는 가족과의 여행에서도 긴자부터 요코하마까지 꽤 다양하게 다니고 이런저런 추억은 있습니다만..

아무튼 일본을 포함해서도 제가 가보는 거의 가장 비싼 스시야

스시 전에 나온 3종

음 이거 나오기 전에 맥주를 주문했어야 하는데ㅜㅜ 거의 다 먹고 아차 싶어서 주문했습니다.

게살 위는 아마 토사즈(土佐酢) 쥬레이지 싶고 옆은 문어, 아래는 마이타케

생맥주는 에비스였나

도미

아 무음으로 촬영하기 위해 어플을 사용했는데 처음이라 가끔 색감 조절을 못했어요.

스미이카

개인적으론 두족류를 그리 즐기진 않아서

농어

앞서 참돔도 흰살 생선 치고 콘부지메를 해서 그런지 씹었을 때의 향이 괜찮았지만

농어도 적당히 기름지면서 감칠맛도 나는게 맛있었습니다.

농어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저에겐 농어는 막말로 횟집에서 광어우럭보다 좀 비싼 생선1이라는 인식이었는데 그걸 뒤집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칸파치는 맛은 있는데 비쥬얼보다는 그럭저럭

카츠오

다들 코지마의 전복을 극찬하는데 확실히 특유의 향이 좋았습니다.

사요리

이게 특유의 산미구나..

여성분들에겐 디폴트로 아예 반을 잘라서 나갈 정도로 사이즈가 컸던 보리새우

실한 만큼 맛있었습니다.

스시야를 자주 가는 편이 아니다 보니 코하다도 꽤 오랜만에 먹는데

꽤 멸치향이 강한 스타일이네요

미루가이였나..

전 아지감수성이 떨어져서 아지킬러분들만큼 아지 맛을 잘 느끼진 않는데 그래도 뭐 괜찮게 먹었습니다.

달달했던 시로에비

우니

이때만 하더라도 아마 우니가 엄청나게 폭등까진 아니었던걸로

달달하고 좋았습니다.

카스고

참치

지금까지 먹은 고등어중에 가장 맛있었던 고등어

지방 맛도 느껴지면서 고등어 특유의 감칠맛도 느껴지면서 맛있다!

흠..

장어가 상당히 맛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스타일인데 그게 퍽퍽한 생선살 먹는 느낌도 안나면서 맛도 좋았던

간뾰

마지막 한점은 뭘 부탁드릴까 하다가 역시 농어로

아무래도 기름진 생선들을 많이 맛보고 먹는거라 처음 먹었을 때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맛있었습니다.

아마 옆의 분이었나가 전어를 달라 하셔서 저까지 받았습니다.

숙성일이 이쪽이 아마 짧았나 그럴텐데

멸치향이 덜한 대신 그만큼 더 고소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계란은 꽤 큼직하게 주시네요

감은 그럭저럭

 

 

그럼에도 일본에서 스시집에 가기를 주저한 이유는 물론 상대적으로 일본에서 맛볼 수 있는 다른 요리에 더 흥미가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그 대부분은 스시야라는 공간 그 자체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제가 아싸라서 1대1 호흡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공간에 거부감이 있기도 하고

뭐 예를들면 단골 문제

다른 장르라고 해서 단골대우가 아예 없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테이블이라면 다른 테이블에 단골이 왔어도 내 테이블의 식사의 제공은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반면에 일부 스시야의 경우 단골에게 좋은 부위가 간다면 마치 제로섬처럼 나에겐 안좋은 부위가 오는..혹은 단골과의 대화에 너무 열중해서 내 음식에 대한 설명이 소홀해진다거나 하는게 더 부각되기 쉽고 실제로 약간은 그런 경우를 일본에서도 경험해 보았으며

또 바 좌석이라면 다른 손님들의 대화도 어쩔 수 없이 듣게 되는데 스시야는 그게 유독 심해서

개인적인 취향으로 자주 가진 않았는데

하지만 결국 장기간 일본을 가지 못하게 되니

한국 미식의 트렌드에 어느정도 따라갈 수 밖에 없고 코지마에 방문해 보았습니다.

이날 기준으로는 아직은 잘 모르겠는 맛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했던 한끼였습니다.

 

21년의 서울 미식 트렌드 중 하나를 꼽으라면 파스타바일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바위 파스타 바는 모든 레스토랑을 통틀어서 봐도 사실상 회원제인 곳들을 제외하면 예약 난이도가 가장 높은 곳이라,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마치 스탬프 찍기 위해 경쟁하듯이 레스토랑을 가는 풍조가 생기게 되고..그래서 그 유행에 타고 싶냐고 하면 

개인적으로는 평소에는 관심 없는 척 냉소적인 척을 하는 쪽의 스탠스였지만 막상 남은 좌석이 보여서 신포도가 신포도가 아니게 되는 순간 호다닥 예약했습니다.

이날 점심부터 저녁까지 내내 외식을 하며 폰 카메라를 쓴 상태라 배터리가 상당히 아슬아슬했습니다.

못 찍은 음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 더해 사진이 난잡할 수 있습니다.

이날 코스는 전채2품+파스타/리조또4품+디저트의 구성이었습니다.

그중에서 첫 번째 전채로 나온 숭어알 보타르가

빵과 올리브 오일

중간에 이렇게 먹으면 맛있다고 치즈를 갈아 올려주시네요

두 번째 애피타이저로 나온 샐러드

표고와 오크라 등이 재료로 들어갔는데

표고를 썩 즐기지 않지만 흔히 얘기하는 싫어하는 식재까지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맛이었습니다.

민트가 정리 역을 해주는데, 트러플은 시각적으로는 화룡점정을 장식하지만 향은 잘은 모르겠네요.

저나 같이 간 동행이나 다른 다이닝을 가봐도 트러플 슬라이스 향을 못 느낄 정돈 아닌데

아쉽다기보다는 아무래도 비용 면에서도 그렇고 두께도 그렇고 어느 정도 한계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의 본 코스의 시작.

첫 번째 파스타로는 봉골레가 나왔습니다.

백합조개와 이탈리안 파슬리, 즛키니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소스가 잘 섞여서 면에도 잘 달라붙었고 위에 올라간 남은 소스까지 맛있게 먹었습니다.

첫 파스타가 나오고 나서 간을 체크하시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면 제가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범위에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꽃게로 만들었다는 리조또

가을 숫꽃게의 내장과 살을 이용했다는데 꽃게살의 단 맛과 내장의 감칠맛이 소스와 어우러져 맛있게 먹었습니다.

쌀은 숙성한 카르나롤리 품종을 사용했다고 하십니다.

쌀의 식감도 좋고 제 기억으로는 게 껍질이나 불쾌한 느낌이 없게 잘 만들었던 걸로

아뇰로티로 만든 국물 있는 파스타

국물은 소양지와 닭의 블렌드로 기억하는데 확실히 소고기 국물 맛이 꽤 났습니다.

속은 햄같이 짭조름한 걸로 채워졌는데 역시 트러플과의 시너지보다는 국물 떠먹기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건면을 이용한 까르보나라

생각보다 정석적이었고 잘 먹긴 했는데

요즘 뭐 관찰레나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 같은 거는 다 파니까, 실제로 저도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하고 유일하게 비벼볼 수 있지 않을까 싶던 메뉴였습니다.

디저트로 나온 판나콧타

 

제가 간 디너 1부의 경우 주류 필수는 아니었는데

만약 주류를 주문한다면 보틀로 가능하고 와인 리스트는 따로 종이로 있진 않고 스파클링, 화이트, 레드를 고르면 그중에서 몇몇 와인을 들고 나와서 후보를 보여주시는 식이었습니다.

샴페인을 택했는데 제가 구체적으로 와인이 이렇고 저렇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비슷한 가격대 중에서도 조금 레몬주스 같은 느낌의 산미가 강했습니다.

 

이 때는 한남동으로 이전하기 전이었는데,

이전 후에는 코스 가격이 75000원에서 95000원으로 인상된 것으로 보이고

와인은 추후 글라스로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하셨는데 어떤지 모르겠네요

 

전체적인 코스 구성은 이 날은 조금 고인물들이 좋아할법한 구성이라고는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 가는 입장에서는 생면 롱파스타 비중이 하나 정도 더 있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했는데..이건 각자 취향이 다를 테니 모르겠네요. 리소토도 맛있어서.

다른 파스타바들도 가보긴 했는데 제가 가본 곳들 중에서는 바위가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해 메뉴나 서빙이 아쉽다!라고 할만한 부분이 거의 없었고 전체적인 퀄리티도 만족스럽네요.

언젠가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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