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9 창성동/온지음

2022. 3. 13. 18:50

경복궁 왼쪽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온지음

점심으로 방문했습니다.

지금은 아마 글라스 샴페인이 나오는 게 바뀌었던 것 같은데

이때 기준으로는 글라스로 샴페인을 주문하면 BARONS DE ROTHSCHILD가 나왔습니다.

가성비는 모르겠고 저같이 와인 잘 모르는 사람 기준으로는 비슷한 급의 샴페인 중에선 과실 향이 나름 잘 느껴져서 좋아하는 와인

정규 코스 시작 전에 나오는 주전부리 메뉴와 전통주 페어링으로 나온 식전주

2명으로 방문한거라 사진은 2인분이고 다시 개인접시에 담아 먹게 됩니다.

온지음은 2명 이상이 방문할 경우 이런 식으로 공유 접시에 내주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저런 큼직한 자기에 담아주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고.. 어느 정도 비쥬얼도 살고 나눠먹는 것에 의미를 담고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https://guide.michelin.com/kr/ko/article/people/genesis-what-drives-me-onjium-cho-eun-hee

접시에 한 점씩 덜어왔습니다.

콩이 들어간 담백한 콩송편으로 시작해서

부각은 고구마랑 어란 부각이었는데

내주시면서 설명을 다 해주시지만 금붕어 기억력이라 이걸 입에 가져갈때 쯤엔 이미 곤이 부각으로 착각하고 먹어서 이상하다 원래 이런 맛이던가 하고 뉘 집 생선 곤이냐고 여쭈어 보니까 어란 부각이라고 ㅎㅎ 어쩐지 곤이 치고는 맛이 굉장히 진했어..아마 숭어에 민어? 어란을 섞어서 사용한다고 하셨던 것 같아요. 온지음의 부각류는 참 얇으면서도 정말 맛있는

새우 밑의 개성 장땡이는 이제 두세 번 정도 먹은 것 같은데 먹을 때마다 편차-물론 저 자신의 미각의 편차도 포함해서-가 없진 않지만 그래도 항상 맛있게 먹는데 이날은 중간 정도의, 그러니까 너무 짜지도 않고 적절하게 먹었습니다.

새우는 꽤 말려서 응축된 갑각류 맛이었고 다래로 마무리 했습니다.

본격적인 코스의 스타터로 나오는 두부는 방금 막 만들었다고 하시는데 검은콩과 흰 콩을 섞었다고 하네요

마무리로 참기름이 들어갔으려나? 싶은 고소함이었습니다.

가을~겨울쯤에 자주 나오는 메뉴인데 9월이라 재료에 무화과 등 약간의 변주가 들어간 게살 잣 수란

석이버섯을 전분을 묻혀 데쳐서 식감에 포인트를 준 게 온지음 다웠습니다.

전채로 이 메뉴가 상당히 자주 나오는 이유가 있는데

잣의 고소한 느낌도 있으면서 산미도 있고 재료들과도 잘 어울리고 그렇다고 그 새콤달콤한 맛이 다음 메뉴로 넘어가서 방해하지도 않거든요.

항상 맛있게 먹는 시그니쳐 메뉴입니다.

페어링은 가평청진주

전 메뉴로는 더덕 튀김과 빙자전이 나왔습니다.

더덕 튀김(섭산삼)은 더덕 자체의 맛을 느끼라고 소금물에 담갔다가 찹쌀가루에만 묻혀서 튀겼다고 하시는데

쌉싸름한 느낌이 거의 없고 더덕 본연의 굉장한 단맛과 식감이 느껴졌던 메뉴. 더덕이라면 약간의 씁쓸한 맛이 있어야지~하는 분에겐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저는 그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빙자병은 녹두전과 비슷한데 예전 돼지 다진 소 대신 팥을 넣어 만든 바삭한 떡 같은 느낌이라고 합니다.

페어링은 파주의 찹쌀과 멥쌀을 이용해 만든 아황주였습니다.

까마귀가 노랗게 보일 정도라고 해서 아황주라네요

제철 회

이번에는 메인이 되는 제철 회는 한국식 회쌈밥이었습니다.

도미, 참치, 고등어 모두 초밥으로 자주 쓰이는 재료들인데

스시와의 차이라면 밥을 간장으로 간하고 위의 생선에 초를 바르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회 부분에 발효취라 해야 하나? 조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맛은 아니었는데 뭐 제철회 부분은 원래도 (매달 모든 손님에게 나오는 디폴트 메뉴이긴 하지만) 코스에 써있진 않는 일종의 서비스 메뉴이기도 하고 워낙 다양하게 시도되는 편이라 크게 아쉽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대신 같이 나온 다금바리 회의 감칠맛이 정말 좋았습니다.

전어는 절인 오이와 양하에 참기름을 같이 무쳐 나왔고

밑의 장은 두부장이라고 하는 된장 사이에 두부를 박아둔 뒤 체에 거른 장이라고 하는데 블루치즈 같은 맛도 나고 전어랑 같이 먹으니 신기했습니다.

나물 양념은 온지음이 워낙 잘해서 가운데 있는 비름나물은 당연히 맛있고요.

메인 요리인 전주식 갈비찜

페어링은 40도의 안동 진맥소주

채 썬 갈비 위로 밤과 대추, 그리고 옆으론 자연산 송이를 같이 주셨습니다.

온지음도 그렇지만 한식에서 메인 요리는 대부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소고기가 되고 양념은 간장 베이스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틀 안에서 이런 식으로 매달 최대한 다양한 조리법의 요리로 변화를 주는 게 아닌가 싶은

송이와 함께 맛있게 먹었습니다.

도라지, 더덕, 숙주, 무나물, 박나물, 청포묵, 밤채가 들어갔다고 하는 백화반

온지음의 대표 요리 중에 궁금했던 백화반을 드디어 맛보았는데

근본이 되는 밥이 워낙 맛있고 나물도 조리가 잘 되어서 같이 나온 중탕된장 없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래도 중간쯤에 중탕된장으로 변화를 주면서 먹긴 했지만..

 

반찬으로 나온 명이김치와 토란 호박잎 된장국과 함께 먹었습니다.

후식으로 나온 쌍화편은 푸딩 같은 맛과 위에 올라간 쌍화차, 그리고 대추의 맛

바삭한 흑임자 약과와 유자 속에 밤, 대추, 석이버섯을 넣어 1년 정도 묵혀서 만들었다고 하는 유자주머니로 마무리

 

아무래도 온지음에 처음 방문했을 때는 디저트가 유일하게 저랑 잘 안 맞는가 싶었는데

처음에 나오는 디저트는 주로 유제품이나 계란 등이 사용되어 저처럼 전통 다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경우가 많고(특히 이 쌍화편은 마음에 들었음)

커피와 같이 나온 다과도 그렇다고 맛이 없진 않고 특히 유자 주머니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작년 9월에 방문한 후기를 지금 올리는 게 과연 의미가 있나..싶은 부분도 있는데

블로그로 개인 기록을 남기는 입장에서 그래도 사진과 메모를 보며 그때 들었던 생각이 떠오른다면 기록은 해둬야겠다 싶거든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예전에 일본에서 갈 레스토랑을 찾다가 어떤 셰프가 사진 촬영을 싫어하는 이유로 기록에 의존하지 말고 기억 속에 강렬히 담아줬으면 해서라는 취지의 글을 홈페이지에 써놓은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아무리 인상적인 요리라도 결국 저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더라구요.

물론 굉장히 맛있게 먹었다는 기억은 나는데요..마치 눈을 감고 머릿속에서 사과를 떠올리면 바로 빨간 사과에 꼭지와 잎이 달린 이미지가 떠오르듯이 바로 그 음식을 먹었을 때와 같은 유사 미각과 후각을 떠올릴 수 있냐 하면 그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약해지거든요.

물론 자주 접해본 식재이고 같은 식당에서 어느 정도 여러 번 먹어본 음식들은 점점 그 맛이 익숙해져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건 그 요리를 여러번 먹었을 때의 중첩된 맛에 대한 인상인거지 과연 한 번의 방문에 대한 인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최대한 이미지와 그 이미지에 대한 부연 설명으로 방문 시의 인상을 기록해 두는데..

이날 역시 이곳을 좋아하는 분과 같이 방문해서 맛있게 먹은 점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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