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시간

숙소 근처에서 버스를 타야 되는데 대기열이 너무 길어서 한 번에 타지 못하고 다음 걸 타게 되어 결국 지각확정.

버스를 하나 보내자마자 전화를 걸어서 늦는다고 예고를 했는데 다행히 괜찮다고 조심히 오라고 해주셔서 후다닥 달려갔다.

저녁은 니시아자부의 일본요리점 묘쟈쿠

8월 중순인데 은어가 나오려나 했는데 이 시기까지는 다들 내는 듯하다.

가자마자 살아있는 아유를 보여주셨다.

니혼슈는 시작으로 아라마사의 탠져린이 있다고 해서 주문

다른 아라마사의 컬러즈 시리즈에 비해서도 상당히 직관적으로 색깔의 맛이 난다.

마치 감귤계 쥬스를 마시는 느낌 

첫 요리는 長芋(나가이모,참마)의 水煮(미즈니)

묘쟈쿠에선 계절마다 들어가는 야채는 달라지지만 물과 소금으로만 조리하는 방식의 요리가 스타터로 나온다.

나가이모라고 하면 끈적한 느낌으로만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다양한 분류군이 있다고 한다.

요건 상당히 단단한 느낌의 나가이모

本ミル貝と北寄貝の酢味噌和え

혼미루가이와 홋키가이의 스미소아에

위에 올라간 것은 사토이모(토란)의 잎자루 부분인 즈이키라고 한다.

왕우럭조개와 북방조개 특유의 식감과 풍미가 기분 좋았다.

お造り

오츠쿠리

アコウ(아코우, 붉바리)와 蛸(타코, 문어)

문어 옆의 蛸塩(문어로 만든 소금)는 염도가 낮은 편이라 듬뿍 찍어도 된다고 한다.

간장은 생선의 머리와 뼈를 사용한 간장이며 시오다레도 생선으로 만든 다시를 사용

 

붉바리는 역시 감칠맛이 상당했고 문어는 칼집을 엄청나게 많이 내서 지금까지 생각하던 문어랑은 다른 식감이었다. 거의 게살 수준으로 잘게 잘라서 그런지 단 맛이나 풍미도 갑각류랑도 비슷하게 느껴졌는데 신기했다.

新政酒造 異端教組株式会社

두 번째는 같은 아라마사의 이단교조주식회사

鱧と玉葱のお椀

하모(갯장어)와 타마네기(양파)의 국물요리

 

8월이면 신타마네기는 아닌가? 그런데 하모랑은 잘 맞았다.

위에 올라간 것은 우메보시의 씨앗 안에 있는 仁(진)이라고 한다. 찾아보니 독이 들어있다 하는데 완숙하면 저 정도 양으로는 큰 문제는 안되나 보다.(문제가 되었으면 죽었겠지..) 콩을 발효한 향이라 해야 하나 가구냄새라 해야 하나..특이한 향이 있었다.

鯛の藁炙り

도미를 짚불에 구운 후 껍질 부분은 숯불로 좀 더 바삭하게 했다고 한다.

밑의 소스는 다이콘오로시에 오오바(시소)가 들어간 오오바오로시

 

여기를 3번쯤 방문했는데(아직 작성하지 않은 여행기도 최대한 빨리 올릴 예정) 그러다 보니 대충 매 시즌마다 완전히 바뀌는 요리도 보이고 요리의 포맷은 동일한데 재료만 계절마다 달라지는 경우도 보인다. 이 요리는 포맷은 동일하나 생선과 밑의 다이콘오로시의 부재료 종류만 바꿔가며 자주 나오는 요리 중 하나인데 아무래도 방어나 참치같이 기름진 생선으로 나올 때가 직관적인 태운 지방의 맛은 더 살아있다. 하지만 도미도 나쁘지 않았다. 담백하면서도 다 익히지 않아 약간의 탱글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すっぽんと茄子の蒸し物

자라와 가지의 무시모노

이 식기는 마루타 유 라고 하는 작가 분의 작품인데 순무를 이미지 해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자라는 エンペラ(엔페라)라고 부르는 등껍질 주위에 있는 콜라겐 부분이 위에 올라간다.

밑의 소스는 튀긴 가지와 자라의 다시로 만든 스리나가시

 

자라는 오키나와의 양식을 사용

가지는 아오나스라고 하는 가지를 껍질채로 사용해 풍미를 살려 쌀기름을 이용해 튀긴 뒤 자라와 물로 낸 육수와 유화시켰다고 한다.

뚜껑을 열자마자 마치 커스타드 같은 기분 좋은 향이 확 느껴져서 정말 감탄하며 먹은 요리이다.

鮎の塩焼きと燻製焼き

은어의 소금구이와 훈제 구이

둘 다 굽는 방식 자체는 동일하다고 한다. 

다만 훈제야끼의 경우 아유를 구울 때 사용한 꼬치(竹串)에 아유에서 나온 수분이나 기름이 스며들어가는데 이걸 조각내서 숯 위에 올려 아유에 향을 덧입힌다고 한다.

익힘 정도가 상당히 웰던으로 조리해서 나왔는데 개인적으로는 훈제 쪽이 좀 더 고소한 향이 느껴져서 마음에 들었다.

세 번째 술은 一白水成 純米大吟醸 premium

イチジクの白和え

이건 검증된 조합인 이치지쿠(무화과)의 시라아에

3마리째의 은어는 묘쟈쿠의 시그니처인 絹巻き寿司(키누마키즈시)로

 

실크같이 하얀 계란 지단은 난백뿐 아니라 난황도 들어가는데 닭의 먹이를 조절해서 하얀 난황이 되도록 한다.

스시메시 위에 머리와 뼈, 꼬리 부분을 바삭하게 튀겨낸 것을 올린다.

은어와 자주 매칭되는 蓼(타데)는 생으로 채 썬 것(밥 위에 올라감)과 스아게 한 것 두 종류가 들어간다.

그 위에 마지막으로 밀가루를 묻혀 구운 은어의 몸통을 올려 완성.

이건 앞의 두 개 보다 조금 사이즈가 큰 은어였다.

키누마키즈시 역시 다양한 변주로 먹어봤지만 요것 역시 마치 누룽지를 먹는 듯한 고소한 맛과 식감에 타데 잎까지 어우러져서 정말 훌륭했다.

湯葉素麺

유바소면

 

이게 이날 요리 중에서 처음으로 가츠오다시를 사용한 요리라고 했었던 것 같다.

이 전까지의 국물 요리들은 거의 물과 소금, 그리고 재료 자체에서 나온 다시만을 사용하는데 그래서 물에도 신경을 써서 京丹後市와 시가현이었나...두 곳의 주조장의 물 중에서 선택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전반부는 다시에 너무 의존하지 않고 재료의 맛을 살린다는 설명

唐きび唐すみ(토우키비카라스미)

카라스미에 옥수수를 말아 튀겨낸 요리

옥수수를 토우키비(唐黍, 唐きび)라고도 하는데 카라스미(唐墨, 唐すみ)와 한자가 겹치는 언어유희적인 요소가..

맛 자체는 단 맛과 짠 맛이 모두 들어있어 술과 함께 먹기 무난한 조합.

마지막 술은 아라마사의 見えざるピンクのユニコーン

요건 牛ヒレ肉(소 안심)와 冬瓜(토우간, 동아)의 煮合わせ(니아와세)

히레와 동아를 각각 따로 조리한 다음 합치는 스타일인데

여기에서 아껴왔던 일본요리의 다시를 풀로 활용한다. 가츠오와 코부, 말린 패주 등을 사용

다만 동아 자체는 물과 소금만으로 조리했다고 한다. 위의 껍질에 가까운 부분뿐만 아니라 고기 밑에 속 부분도 깔려있었다. 동아는 일본에선 자주 보이는 식재(이 다음 날에도 먹었다.)이지만 한국에서는 먹어본 적이 있던가? 싶은 재료.

아무튼, 갑자기 제약을 다 풀고 거기에 와규 안심까지 치트키 쓰는 느낌이랄까? 갑자기 감칠맛이 폭발한다.

まぐろ漬け、すっぽんの煮凝り、山椒じゃこ、漬け物

마구로즈케, 슷폰 니코고리, 산쇼쟈코, 츠케모노

쌀은 야마가타의 츠야히메를 사용

밥은 오카와리도 가능하고 돈부리로도 한번 더 받을 수 있는데 계란 돈부리의 계란이 항상 절묘하다

이 날의 토핑은 하모

첫 번째 디저트

블루베리 샤벳과 블루베리와 팥을 사용한 오시루코

딸기+팥의 조합처럼 블루베리와 팥을 이용해 새콤달콤한 맛을 구현했다고 한다.

두 번째 디저트

胡麻の葛餅

고마 쿠즈모치

 

아무래도 일본 여행을 가면 음식점은 혼자 가게 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이곳은 특히 3번 다 혼자서 방문했는데

1. 분위기가 조용한 편이라 혼찐이라도 주눅 들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다.(실제로 나 말고도 다른 외국인 혼밥 손님들을 꽤 보았다.)

2. 같이 갈 사람을 구하려면 구할 수야 있지만(사주면 됨) 설령 내가 대접한다고 하더라도 좀 더 좋은 소리가 나올만한 가게를 델꼬 갈 것이다. 나도 일본요리를 접한 적이 몇 번 되지 않기에 남 말할 입장은 아니고 가끔 '재료 본연의 맛'을 극한까지 추구하는 스토익한 요리를 접하면 쉽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같이 식사할 때는 역시 좀 더 안전한 맛을 추구하게 된다. 그럼 이해도 안 가면서 혼자서는 왜 가냐? 고 할 수 있지만 나 스스로는 요리에 대한 호기심이 있기 때문에 매 여행마다 이런 곳도 가급적 가보려 하는 편이다. 또 경험을 쌓는 목적도 있지만 당연히 실제로 터져주는 요리들이 깔려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긴 하다.

 

암튼...여기 쉐프도 아오야기 출신이고 아오야기 계열은 역대 3스타가 3~4곳인가?나올 정도로 미슐랭에서 꾸준히 팔로우업을 해준다 해야 하나...(여기는 2스타) 그러다 보니 손님들도 아오야기 계열의 팬들이 많아서 옛 아오야기 시절의 얘기를 듣다 보면 빅네임들이 나오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다음 계절은 무리고 다다음 정도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

 

이 블로그에 기술한 모든 내용은 현장에서 들은 것을 개인 기록용으로 메모한 것이므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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