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자에서 코인로커에 짐을 넣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지하철 히비야선을 타고 카야바쵸로 이동했다.

카야바쵸역 도보 3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멘야 키모토

일본요리점으로 유명한 키모토(https://tabelog.com/tokyo/A1309/A130905/13226856/)에서 새롭게 오픈한 라멘집이다.

신상이다 보니 궁금해서 인터넷 평가를 찾아보기도 하고 먼저 다녀온 지인 분에게 여쭙기도 했는데

일단 사전평은 가격에 비하면 조금 미묘하다는 얘기를 듣고 입장.. 

그도 그럴 것이 근본이 일본요리집 답게 가격이 상당히 살벌하다.

예약은 오마카세인이라는 사이트에서 완전예약제로 받고 있고 특제쇼유라멘은 3000엔, 특제시오라멘은 3500엔

특제시오라멘은 전복과 도미 등으로 육수를 뽑는다고 하던데 그래서 1일 5식만 판매하고 나는 늦은 점심에 갔기 때문에 당연히 매진인 상태

자연스럽게 식권자판기에서 특제 쇼유라멘을 선택했고 추가로 우롱차도 주문했다.

라멘 자체가 일단 세팅을 해두기만 하면 오래 걸리는 음식은 아니다 보니..자리에 착석하고 5분여가 지나서 바로 음식이 도착했다.

면과 육수, 계란, 차슈, 파, 김 그리고 파 밑에는 잘 보이진 않지만 하얀 짜사이가 들어가있다.

(누르렁)

김은 풀어지기 쉬운 김이라고 해서 먼저 먹었다.

돼지고기는 얇은 슬라이스 차슈 밑에는 삼겹살 토막 같은 덩어리도 있어서 2종류. 브랜드 돼지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전반적으로 돼지 맛이 뚜렷해서 감칠맛과 돼지의 풍미가 강하게 느껴졌다. 비계의 양도 그렇고 다소 취향차이야 있겠지만 이건 개인적으론 맛있게 느꼈다.

스프는 쿠마노지도리, 아마쿠사다이오우, 오카자키오우한 3종의 닭을 통째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비주얼로도 보이지만, 비유하자면 집에서 삼계탕 할 때 닭 꼬리 쪽의 지방 많은 부위를 우려냈을 때 나는 맛?이라고 할 정도로 닭 특유의 풍미가 진한 편. 그렇다고 부담되는 맛은 아니라 완탕 했다.

면은 아주 얇은 세면까진 아니지만 그렇다고 두꺼운 면은 더더욱 아니고, 완전히 툭툭 끊어지는 느낌보다는 약간의 탄력이 있었다.

계란은 맛있긴 하지만 엄청난 정도라고 까지는 느끼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쇼유라멘이긴 하지만 염도를 통해서 맛을 끌어올린다기보다는 재료 자체의 감칠맛이나 지방맛이 진한 느낌. 다만 전체적인 밸런스는 편견이라면 편견이지만 라멘이라기보다는 일본요리의 시메로 면을 넣어 먹는 느낌?

 

 

이 세상에 예약도 쉽고(웨이팅도 적고) 맛도 좋고 가격도 싼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는 가격을 포기하고 나머지를 어느 정도 갖춘 느낌이라, 한여름에 웨이팅을 싫어한다면 한 번쯤은 가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가격이 조금 높다는 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까.

오마카세 사이트에서 예약이 가능한 다른 라멘점으로는 이이다쇼텐이나 토미타 같은 유명점들(나는 라멘 마니아가 아니라 가보진 않았다)이 있는데 이곳들도 흔히 말하는 1000엔의 벽을 깨고 있지만 그렇다고 기본 라멘이 2000엔을 넘진 않는다.(아마도?)(1000엔의 벽이라는 워딩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진 않지만 본인들도 쓰는 경우가 있으니..)

뭐, 라멘이 1000엔을 넘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이다쇼텐도 가격 인상을 할 때 원재료 압박이 아니라 라면계의 미래를 위해 벽을 깬다고 했었는데 당시에 여러모로 화제가 되긴 했지만 업계의 선두주자 느낌이라 가격결정파워가 있고 주도권을 잡는 게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다만 그런 곳들은 쇼앤프루브를 한 곳이고 여기는 물론 재료도 좋은 것을 쓰고 일반적인 라멘집보다 여러모로 초기 투자가 더 들어가기야 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부터 3000엔 이상? 이 가격이 납득이 가려면 아직은 맛이나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서 조금 더 시행착오가 필요하다곤 느꼈다.

라멘에만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지만 관광객 입장에서는 워낙 선택지가 많기에 개인적으로는 한 번 경험해 본 것으로 충분할까.

친구네 학교 근처 라멘집을 추천받았는데 다음엔 거기를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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