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야운전

도쿄 스케치#6

2023. 5. 8. 00:51

영화를 보러 다시 호텔 밖으로 나왔다.

사진을 찍은 건 11시 반 정도라 원래도 야마노테선이 다니는 시간대이긴 하지만 잠시 후의 12월 31일~1월 1일 사이의 새벽에 종야운전(밤샘운행)을 한다는 안내가 나오고 있었다.

1월 1일 0시의 신주쿠.

여기는 그냥 외국인들이 예이~하는 정도였는데 안쪽의 토요코쵸로 들어가니 스파클링 와인 뿌리고 완전 광란의 밤이었다.

피신해서 온 토호 시네마즈 신쥬쿠

신년이 되자마자 처음으로 한 일은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는 것이었다.

영화관 앞에 이렇게 지진을 연상하는 씬이 있을 수 있다는 주의가 쓰여있다.

아마도 맨 처음 개봉할 때는 이런 주의가 없지 않았나? 싶은데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이런 내용의 주의환기를 하는 감상평이 트위터 같은 곳들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고, 그래서인지 이때는 일본의 경우 웹에서 영화를 예매할 때도 주의사항으로 쓰여 있다.

이날이 스즈메를 처음 보는 거였는데 블로그를 쓰는 시점에선 4번 정도 봤다.

그래서 이날 처음 영화를 봤을 때 감정이랑 지금 어느 정도 감정이 정리가 되고 나서 느끼는 점이랑은 또 다르긴 한데

 

기본적으로 영화 자체는 좋았다. 좋았는데, 같이 보러 간 동행이 좀

내 불평을 주저리주저리 쓰는 것도 좀 그렇지만 뭐..내 블로그니까!

모처럼의 신카이 신작의 첫 감상이라 집중해서 보고 싶었는데 중간중간에도 제대로 감상을 못하게 방해가 되었고 끝나고 나서도 나랑 감상이 너무 달라서 놀랐다..그래서 결국 싸우고 틀어졌는데

아마도 그도 영화 보기 전의 토요코에서 옷에 외국인들이 뿌리는 술을 직빵으로 맞아서(...)예민한 상태였을 것이고 나도 체력이 별로 남아있지 않았던 상태여서 서로 예민한 상태였다. 지금 와서는 구구절절 누가 옳은지 따지고 싶진 않지만 아무튼 상황적으로 틀어졌고 아직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

아무튼 이 뒤로 많은 사람들의 감상을 듣고 일본문화에 익숙한 다른 한국인들이나 한국의 주변 일본인들의 얘기를 듣다 보니 (특히 한국인이라면) 아무리 일본 문화에 익숙하다고 해도 호불호가 갈릴 요소가 많구나 납득은 되었다.

그렇다고 쳐도 영화가 끝나자마자 여운을 정리하기도 전에 너무 상반된 평을 일방적으로 동의를 구하듯이 말해서, 조금 나도 화가 났다.

결국 호텔로 돌아가는 길은 서로 따로따로 갔다.

그건 그거고, 다시 종야운전 얘기로 돌아와서

운행안내에도 이렇게 야마노테선 특별 다이야 운행이라고 쓰여 있었다.

야마노테선뿐만 아니라 츄오소부 각정, 케이힌토호쿠 등 많은 노선들이 심야 운행을 한다.

다만 노선들마다 운행 간격이 달라서, 15~20분 간격으로 들어오는 노선도 있는 반면 간격이 엄청나게 벌어져 있는 노선들도 있기 때문에 미리 특별 시간표를 확인해 놔야 한다.

시간이 딱 맞는다면 다른 노선을 이용하는 게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야마노테선의 심야 운행 빈도가 더 높기 때문에 야마노테선상의 역들 사이를 이동하는 경우는 웬만해서는 야마노테선을 이용하는게 나았다.

왼쪽은 내가 타려는 야마노테선, 오른쪽은 미타카 방면의 츄오소부 각정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승강장이 꽤나 붐볐고 열차도 승하차 지연으로 인해서 원래 예정 시각보다는 몇 분 정도 지연이 돼서 도착했다.

3시 39분에 야마노테선을 타고 있는 신기한 경험

숙소인 유라쿠쵸까지 가야 하지만 도쿄역에서 도중에 잠시 하차해 보았다.

도쿄역의 재래선 개찰 내의 신칸센 환승 방면에 있는 신칸센 전광판

신칸센은 새해 첫날이라도 시발 시간이 앞당겨지거나 하진 않기 때문에 6시 출발의 노조미 1호가 전광판의 가장 위에 위치해 있다.

종야 운행이 있어서 재래선 개찰을 개방하고 있는지라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도쿄역의 중앙 통로를 지나면서 이 정도로 사람이 없는 경험을 해보긴 처음이다.

그대로 한 정거장을 이동해서 숙소인 유라쿠쵸 역에서 짐을 챙겨 나와서 다시 하네다 공항으로 향했다.

 

'해외여행 > 2022~2023 Tokyo'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쿄 스케치#7  (0) 2023.06.25
도쿄 스케치#5  (0) 2023.03.27
도쿄 스케치#4  (1) 2023.02.28
도쿄 스케치#3  (0) 2023.02.08
도쿄 스케치#2  (2) 2023.01.1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