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스케치#5

2023. 3. 27. 00:26

코미케 2일차

2일차는 남관 입장 티켓이었는데 그래서 같은 얼리 입장이라도 모이는 시간은 동관에 비해 더 늦기 때문에 상대적으로는 여유가 있었다. 일어나는 시간도 여유가 있었고 입장 과정도 실내 대기라 한결 편했다. 그리고 얼리 입장 중에서는 할당받은 접수 시간대가 늦은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개장 챠임을 들으면서 들어갈 수 있었다.

다만 남관에서 내가 목표로 했던 서관 부스까지 가는 데에 조금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얼리 입장의 이점을 살려서 소장하려던 굿즈는 거의 컷나고 반 정도만 건진 것 같다.

이번에는 조금 특수한 사정이 있어서 더 그렇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도 나는 컵에 물이 반 차있으면 반 밖에 차지 않았네~라고 생각하는 부정적이고 어두운 본성의 사람이다. 그래서...백프로 만족을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러나! 당연히 코미케 자체에 다녀오지 못한 것 보단 나았다. 이 결과를 알고 있어도 당연히 시간을 되돌려도 다시 코미케에 가려고 비행기표를 끊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쓴 시간이나 돈에 수지타산이 안 맞아서 아까운게 아니라 절대적으로 많이 구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

근데 사실 놓쳤는데 기분이 괜찮으면 그건 오타쿠가 아니긴 하다.

아무튼 이날은 내가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부스 자체는 한두곳 정도였기에 그 줄을 끝내고 나니 정말 할 짓이 없어졌다.

그래도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얼리 입장 티켓도 아깝고 코미케 분위기도 조금 더 느낄 겸 친구한테 나기시로 미토 센세 굿즈 구해준다는 핑계로 줄섰다 ㅋㅋㅋ 정작 친구에게도 꼭!필요한 굿즈는 아니었지만 내가 억지로..

저기 보이는 줄이 그대로 반환점을 돌아서 경사면까지 올라온 상태

버튜버 카테고리가 1일차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홀로 연관 부스들은 1일차였는데 홀로 마마나 파파들 중에서 다른 카테고리로 냈거나 오리지널 캐로 낸 경우 2일차인 경우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내가 줄을 선 나기시로 미토 상과 루루도 상 등등...

그래서 다들 거기에 몰렸는데 나기시로 미토 센세 줄에도 루루도마마 굿즈 봉투를 들고 있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 아니 그냥 회장 내에 루루도 봉투가 넘쳐났음. 온 세상이 루루도다...(저는 루루도 센세는 안갔습니다.)

줄을 서서 후부키 굿즈를 사고(결국 내꺼랑 친구꺼 하나씩 샀다.) 친구랑 분배하고 아무리 그래도 여행객 입장에서 코미케 종료시까지 시간을 보내면서 있는 것은 시간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너무 낭비이기 때문에 슬슬 나왔다.

하늘이 참 맑았다. 오전 중에는 조금 춥나 싶었는데 구름이 거의 걷히고 창천의 날씨였다.

원래 오늘 코미케부터 다른 일행과 같이 가려고 했는데 이 일행이 코미케 실물 티켓을 안가져와서 컷 당하고 끝나고 나서야 만났다.

숙소 근처의 사다하루 아오키에는 결국 들려서 케이크를 샀다.

1년의 마무리로 마신 노미쿠라베 세트

에 추가로 요것들도 마셨다.

일반 니혼슈도 차이가 난다고 하고 싶지만 아직은 그렇게 확신을 갖고 말할 내공은 아니고, 나마는 일본에서 마시는 게 한국에서 마시는 거랑 확실히 차이가 좀 난다.

그러고 나서 스카이트리에 올라가진 않고 그 밑에 있는 소라마치 상점가에 갔다.

홀로라이브 코너가 출점중이라 들린건데 코미케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없는 이유가 있더라

캡슐 확률이 극악이라 6연속 C상(꽝)이었다.

그나마 아쿠땅 건졌으니 만족

이렇게 등신대 판넬도 있었다.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아서 저녁을 먹으러 아키바에 왔는데

꼭 야키니쿠를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코미케도 끝나고 1년의 마무리로 야키니쿠를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규카쿠에 갔다. 연말이고 예약도 하지 않아서 꽤나 기다렸다. 

내 안에서 규카쿠는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퀄리티의 타베호다이 가게라는 인상이었는데, 오랜만에 방문해서 그런가 생각보다 비싸고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겐 일본의 추억이 될 수 있는 가게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나에겐 그러지 못했다.

손님이랑 점원 중에 외국인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고기도 다국적이다. 아니, 확실히 손님은 그렇다 치고 점원으로 일하는 외국인들은 오히려 일본을 구성하는 일원이다. 요령이 생겨버린 일본인 스태프 보다야 나은 점도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체적으로 보았을때 내가 원하는 일본적인 추억이라기엔 결여가 있었다. 아무래도 고기가 맛이 없고 불판 시스템이 별로다 보니 그냥 일본의 야키니쿠라는 문화를 차용해서 코스트컷을 한껏 하고 회전률 높게 외국인들 장사나 하려고 한다는 인상이 들었나 보다. 그런 여러가지가 섞인 카오스가 또한 일본이긴 하지만..

(혹시 5000엔~8000엔 사이에 괜찮은 타베호가 있다면 제보 바랍니다.)

 

호텔로 돌아오니 홍백가합전을 하고 있었다.

일행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하면서 보는데

가끔 나랑 다른 사람이랑 감성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것에 대해 조금 공포를 느꼈다.

나는 꽤 괜찮게 들었는데 옆에서 뭐 이렇게 가창력이 구리나며 까던...

케이크 맛은 무난했다.

 

블로그 갱신 주기도 엄청 길고 그러다 보니 문체도 오락가락하는데,

조금 더 내 내면의 생각을 쓰면 반말투가 되는 것 같다.

이번도 내가 느꼈던 여러 감정을 쓰는 턴이라 반말이 되고, 그러다 보니 더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쓴 것 같다.

 

호텔에서 조금 쉬다가 심야엔 다시 영화를 보러 나가기로 했다.

'해외여행 > 2022~2023 Tokyo'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쿄 스케치#7  (0) 2023.06.25
도쿄 스케치#6  (1) 2023.05.08
도쿄 스케치#4  (1) 2023.02.28
도쿄 스케치#3  (0) 2023.02.08
도쿄 스케치#2  (2) 2023.01.1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