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 이태원동/타카

2022. 9. 20. 18:49

 

이태원의 몬드리안 호텔 내에 위치해 있는 스키야키 전문점 타카에 다녀왔습니다.

추석 연휴의 최중에 가족끼리 식사할 곳을 찾아야 했고 10일 전쯤에 급하게 찾느라 선택지가 많지는 않았는데 마침 캐치테이블에서 여기가 빈자리가 보이길래 예약했습니다.

가게 앞에는 런치와 디너에 대한 설명이 써있습니다.

런치도 여러 번에 걸쳐서 메뉴가 나오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 상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세트라는 표현을 쓰고 디너는 긴 구성인 만큼 코스라는 표현을 쓰는 듯.

저희는 런치로 방문

자리에 앉으면 보이는 런치 세트에 대한 설명.

아마 뒷면에는 디너 코스에 대한 설명이 있겠지.

 

솔직히 이 설명은 아마도 관서 사람들이 보면 일단 싫어할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관서식과 관동식을 모두 경험해보고 하이브리드(?)도 먹어보긴 했지만..

관서식과 관동식의 가장 큰 차이는 와리시타이고 관서식은 먼저 달궈진 팬에 고기를 올리고 거기에 설탕이나 소스 등을 솔솔 뿌려가며 구워 먹는다면 관동식은 마치 냄비 요리와 비슷하게 미리 만들어 둔 양념 국물(割下)에 여러 재료들과 고기를 함께 넣고 졸인다는 차이가 있는데, 이에 따라 관서식은 양념을 치는 과정에서 숙련된 서버가 없으면 일정한 맛을 내기 힘든 반면 관동식의 경우 이미 배합된 양념장에 고기를 집어넣어 졸이므로 이자카야 등에서 손님이 직접 해 먹기에도 편하기 때문에 음식점 입장에서 손이 덜 가는 장점은 있겠으나, 맛에 관해서는 관서식으로 구운 소고기 베이스로 설탕 등을 직접 뿌려 맛을 돋궈줄 것이냐 관동식으로 삶은 고기가 베이스가 되는 맛에 조금 더 둥글한 맛으로 먹을 것이냐는 취향의 차이라고 생각.

본연의 맛이라고 하는데 그 기준이 애매할뿐더러 어차피 양념고기 먹으러 온 거지 샤부샤부 먹으러 온 것 아니잖아요?

 

또한 '과도한 지방의 마블링 고기보다는 최상위 등급인 1++한우 채끝을 엄선'한다고 하는데 애초에 등급 판정의 주요 기준이 근내지방도이고, 채끝이라는 부위도 소고기 전체로 따지면 마블링이 꽤나 있는 부위. 물론 일본의 고급 스키야키에 비하면 그야 마블링이 떨어지겠지만 절대적인 등급 기준으로도 그리고 실제로 뒤에 나온 고기를 봐도 마블링이 상당히 있고 일단 지방이 받쳐주는 맛을 활용하고 있는데 굳이 고마블링을 부정하는 말을 넣어야 하나? 싶었습니다. 뒤의 말을 읽어보면 그런 엄청난 수준의 마블링은 아니면서 대충 밸런스 있는 맛을 추구한다~라는 의도인가 싶긴 한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장의 앞뒤 호응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

(이곳도 충분히 마블링의 혜택을 보면서 그 이상의 마블링은 과도하다고 하는 것은 마치 딱 내가 만든 선까지만 세이프라는 논리거든요. 물론 실제로 이 이상의 마블링을 보여주는 가게가 있을지 어떤지는 모릅니다만 이러한 소지가 있기 때문에 가게에서 생각한 선이 어떻든 PR을 할 때는 과도한 운운의 말을 집어넣을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

 

종합하자면 하고 싶은 말은 어찌 알겠는데 굳이 이런 비교를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 측에서 카피 문구로 하는 것은 자신감이 없어 보이며 뜨내기장사 같아 보일 우려가 있어서 굳이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술은 딱 한 병만 주문

1만 6천 원인데 설명대로 쓴 맛과 산미가 적절히 어우러졌고 가격 대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 외에도 맥주로는 삿포로, 카구야 블랑과 루지도 있었습니다.

와인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안 찍음

스타터로 나온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버섯 페스토 계란찜

새우나 은행 등 재료가 넉넉히 들어가 있고 저 앙소스 비스무리한 것은 감칠맛이 꽤나 함유되어 있어 버섯과 같이 먹으니 좋았습니다.

그릇에 아예 홈이 파져 있는 스타일이라 신기했어요.

처음 나온 한상

다랑어, 잿방어, 도미

예약할 땐 몰랐는데 하고 보니 갓포 아키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같던데 그래서 그런지 적당히 숙성이 잘 되어있고 맛이 괜찮았습니다. 도미의 식감이나 맛이 엔간한 생선 다루는 일식집들보다 낫고 잿방어도 맛이 그런대로 나고 참치도 엄청나게 맛있다 까진 아니어도 평타 이상 치는

계절 야채와 해산물 샐러드

무화과와 오징어, 관자 등이 잣 소스에 버무려져 있는데 이것도 샐러드로 먹기에 좋았어요.

조금 먹다 보면 이렇게 남은 공간에 튀김과 솥밥을 주십니다.

튀김은 돌문어, 갯장어, 그리고 아스파라거스, 단호박

돌문어 식감도 부드러운 편이고 전체적으로 갓 튀긴 튀김과 쌀밥을 함께 먹으니 좋네요.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스키야키

비주얼 괜찮은 한우 채끝살이 얹어져 나옵니다.

냄비에 올라간 것 외에 두 점 정도는 더 기본으로 제공되고 이 외에 추가하려면 1점당 5천 원의 차지라고 쓰여있는데 저는 추가하지는 않았습니다.

스키야키 맛은 뭐 맛있어요.

실곤약이랑 우동 고를 수 있는데 저는 스키야키에 우동은 안 먹는 사람이라 실곤약으로 골랐고

실곤약이 아무리 국물을 머금었다고 해도 두께가 얇은 재료인데 냄비 대비 사이즈 보면 아시겠지만 냄비 사이즈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설명대로 채끝은 푹 익혀 먹어도 부드럽고 저는 이거 양념이 약하다 생각했는데 옆에 할머니는 간이 좀 세다고 하시는 걸 보면 타당한 정도인 듯.

소고기의 부드러운 지방 맛과 감칠맛에 양념이 베어 들어 맛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걸 계란 푼 것에 찍어 중화할 정도가 되려면 좀 더 간이 강해야 된다고는 생각하는데 이 정도면 전체적으로 준수...

나머지 고기 두 점도 투하

후식은 말차 빙수로 마무리

로비에서 한 컷

 

비교적 촉박하게 예약해서 먹었는데 생각보다 만족도가 높았고 역시 짬바가 있는 갓포 아키에서 해서 그런가 정갈하고 맛있는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굳이 흠을 잡자면 서빙 속도나 설명, 리필 등이 완벽하다고 하긴 무리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큰 하자가 없는 곳이고

추석이라 그런 것도 있었겠지만 저희 테이블 외에도 연령층이 다양한 편이고 기본적으로 한국인 입맛이랑 괴리가 없는 소재와 맛이라 다양한 장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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