リハビリ
원래부터 사회성이 없었는데 기나긴 수험생활을 하면서 그 일편도 없어져버렸다.
하긴 수험생활 전부터 학교에 가면 그냥 혼자서 강의를 연극 감상하듯이 감상하다가(그럴 수 있는 강의만 골랐다) 다른 애들이 서로 수업 끝나고 잡담을 하고 있을 때 나 혼자만 그대로 귀가하는 아는 사람 0명 생활이었으니 수험생활 탓 만은 아니다.
아무튼 일단 수험생활이 끝나고...아직 인생에 있어서 또 다른 터널이 있으리라는 것은 예감하고 있지만...그래도 현재는 다소 저점은 지나왔고 생활양식을 개선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정신을 쏟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전에는 뭔가를 개선하려는 의지조차 없었고 불행과 우울에 중독된 상태였는데 이제는 그래도 카운슬링을 받으며 뭔가를 개선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게 되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과 생활이나 대외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은 진전이 있는데
첫 번째로는 장기간 혹은 단기간 인터넷으로만 알고 지내던 분들을 만나본 것이다.
그동안은 뵙고 싶어도 나의 이 불안정한 심신과 만나자고 하는 것이 미안해서 거절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꽤 용기를 내고 있다.
아 물론 무작정 인터넷 친구를 만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고 나도 만나면서 아차 싶은 순간들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론 트러블이 일어나진 않아서 다행이다.
사람을 만나봐야 조금 더 자기 객관화가 되고,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할 때의 나의 행동을 (상대의 반응을 통해) 돌아볼 수 있기도 하고 상대방의 상호작용 방식을 보고 모사하거나 개선점을 찾을 수도 있다.
이것도 자기 객관화가 너무 시니컬하게 되면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는데 대부분 분들이 좀 나를 치야호야 해주시는 분들이라 나도 마음 편하게 노력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나름 교수-학생이나 학생-학생 간 상호작용이 있는 수업을 고른 것이다.
물론 교양이고 내가 제일 자신 있는 분야의 수업으로 골랐다.
현실의 인간관계면 모를까 수업 중의 토론이라면 기저지식이 말할 때의 자신감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저지식이 있어야 내가 참여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제목에도 썼듯이 아직은 재활 트레이닝의 단계이므로...
아무튼 그런데도 첫 수업에서 OT를 듣고 바로 이건 드랍각이다 드랍각 싶었는데 포기하지 않았고 생각보단 어찌어찌 듣고 있다.
그리고 구성원들도 다들 친절한 사람들이라 듣다 보니 어느 정도 수업 외적인 잡담들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카운슬링하시는 선생님도 수업 내용을 떠나서 지금의 사회 부적응을 개선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어떻게 보면 수업 중에만 일어나는 인터렉션이고 나 스스로도 이게 다음 학기까지 넘어갈 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넘어가면 좋겠지만 뭐 메디컬과 동기들마냥 그대로 다음 학기에도 같은 반 되는 것도 아니고 과도 다 다른 양반들이 어떻게 끈끈하게 다음 학기까지 연락하겠는가)
근데 고생하면서 듣고 있는데 학점은 좀 잘 주셨으면 좋겠네.
장기적인 목표는 '평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영역의 하위(전체의 상위 70~80%) 정도의 사회성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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