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본 여행 계획을 짤 때면 음식에 있어서는 항상 일본의 음식점 리뷰&점수 사이트인 '타베로그'를 확인합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른바 '현지인 맛집'에 대한 환상때문에 구글 리뷰에 비해 선호하게 되는 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저같은 니즈가 많기 때문인지 요즘은 많은 외국인들도 타베로그를 이용하며,타베로그 역시 어설프게나마 다국어 시스템을 지원합니다.

물론 문제점도 많고 이에 따른 대체 사이트들도 나와있지만 리뷰수나 인지도 면에서 아직도 타베로그는 일본에서 점수 판별기로의 지위는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타베로그에 관한 글들을 찾다 보면 실상과는 조금 동떨어진 기준으로 맛집을 선별하는 글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 제 나름의 타베로그에 대한 기준을 정리해 봅니다.


1.타베로그에서 우연히 검색한 가게가 3점 미만이면 로또를 사라


몇몇 글들을 읽다 보면 타베로그는 3.0점이면 무난하고 3.5면 맛집이며~로 시작하는 글들이 많이 보입니다.

사실, 한국에서 타베로그를 언급하는 블로그나 SNS의 경우 아무리 그래도 3점대의 집을 직접 추천하지는 않고, 타베로그라는 일본에서 제일 유명한 맛집 사이트가 있는데 3.0점대도 무난하고 3.5면 맛집인데 이 가게는 3.5래~ 하는 식으로 자신이 추천하는 가게를 조금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난하다'는 말에는 의문이 듭니다.

사람마다 '무난함'의 기준은 다르겠으나 적어도 '3점 미만인 밑을 깔아주는 맛없는 가게들'이 존재해야 '무난하다'는 표현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타베로그 점수는 기본 3.00점부터 시작하게 되며, 2.99 이하인 가게가 없지는 않지만 정말 많은 저평가라도 있지 않는 한 어지간해서는 2점대로는 내려가지 않습니다.(찾기는 했는데 명예훼손 같아서 굳이 올리진 않겠습니다.)유라쿠쵸/히비야 에리어의 경우 774건의 가게 중에서 3.00점 미만의 가게는 단 1곳으로 2.99점이며, 에리어 내에 2점대의 가게가 단 1건도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타베로그에서 '스키야' 같은 규동체인점이나, '맥도날드' 같은 햄버거 체인점을 검색하면 가뿐히 3점을 넘습니다.

물론 규동이나 햄버거가 바쁜 일상 속에서 한끼의 무난한 선택이 될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가서 맛집을 고르는 기준으로 과연 3점대가 무난한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다만 타베로그는 평가수에 따라 점수가 서서히 올라가는 방식이므로 평가수가 부족한 정말로 정말로 숨겨진 맛집이 3.00점이나 non-Rating일 수도 있습니다.


2.도시에는 맛집이 많다.



솔직히 3.0대의 가게는 별로 신용하지 않더라도 3.5 이상의 가게는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이는 타베로그 공식에서 3.5 이상의 맛집은 전체의 약 4퍼센트밖에 없는 인기점이라는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지역간의 편차를 고려해줘야 합니다.



제 마음의 고향인 아키하바라,칸다,스이도바시 에리어에는 아직 리뷰가 쓰여있지 않은 가게를 포함하여 4461건의 가게가 등록되어 있습니다.

단순계산으로는 리뷰가 쓰이지 않은 가게를 포함해도 4%라면 178건의 가게만이 3.5를 넘어야 하는데,실제로는 약 12.6%인 563건의 가게가 3.50점을 넘고 있어 상당한 인플레이션이 있습니다.



반면 톳토리현의 경우, 도쿄의 한 에리어보다도 숫자가 적은 3769건의 음식점만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이중 3.50을 넘는 가게는 106건으로 비율로 따지면 2.8%에 불과합니다.

이는 단순히 시골이라 당연히 맛집도 적기 때문일 수도 있고,리뷰 수가 적어서 제대로 된 평가가 되지 않아서 그럴수도 있습니다. 리뷰 수는 생각보다 타베로그 점수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실제로 이전까지 점수가 그리 높지 않던 가게가 미슐랭의 빕구르망이나 모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면 3.5 정도는 가볍게 뛰어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도쿄나 오사카와 같은 대도시는 압도적으로 많은 바가지 이자카야들에도 불구하고, 3.5 이상의 비율이 매우 높으므로(심지어 그러한 바가지 이자카야들이 3.5를 넘기도 함) 만약 타베로그 점수만을 기준으로 맛집을 찾는다면, 조금 더 높은 기준을 세우는 편이 좋습니다.


3.2할9푼을 치는 타자보다 3할0푼을 치는 타자가 더 많듯이, 3.4점대 가게보다는 3.5점대 가게가 훨씬 많다.


언젠가 MLB에서 2할9푼대의 타자보다 3할0푼대의 타자가 월등히 많다는 칼럼을 읽은적이 있습니다. 그냥 정정당당하게 치면 좋을텐데 싶지만 인간은 깔맞춤의 동물이며, 이는 타베로그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만약 타베로그가 정말 순수하게 외적 요인 없이 산정이 된다면, 3.0에서 출발하는 점수의 특성상 3.4점대의 가게가 3.5점대의 가게보다는 많아야 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이상적으로만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다시 제 마음의 고향인 아키하바라, 칸다, 스이도바시로 돌아와서 점수분포를 보면, 77~563위가 3.5점대, 564~671위가 3.4점대 이므로, 3.5점대가 487건, 3.4점대가 108건입니다. 여담으로 77위의 저 카레집은 방송에도 자주 소개가 된 집인데, 기회가 된다면 한번 들려보고 싶네요.



이 문제는 깡촌도 예외는 아니어서, 톳토리의 경우도 3.5점대가 96건, 3.4점대가 34건 존재합니다.

적어도 3.5는 받고싶다는 점포측의 마음이나 이를 감안하여 점수를 매기는 유저나 그걸 취합해서 전체점수를 산정하는 타베로그의 내부 계산식이나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최근에는..이 아니라 유서깊게 이와 관련해 타베로그를 신뢰할 수 없다는 논란이 항상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타베로그측이 이런저런걸 요구했다고 주장하는 가게도 있구요.

결국 분명한 것은, 3.5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세울 필요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3.5'가 기준이 되려면 그 밑의 점수와는 격차가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3.5점대는 널려있으며 그 밑의 3.4점대라고 해서 백분위 퍼센트가 많이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기준이 되는 점수는 어느정도인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4.타베로그의 점수에 가성비란 존재하지 않는다.오히려 반대다.


이 부분이 구글 등과는 가장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는데, 타베로그의 평가 항목에 CP(코스트 퍼포먼스)가 있긴 하지만 종합적인 평가에서는 가성비는 중시되지 않으며, 오히려 '서민 음식'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전국 돈카츠 랭킹의 1위는 나리쿠라이며, 4.13점으로 상당한 고득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돈카츠 가게 중에서 4점을 넘는 가게는 4건뿐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마찬가지로, 라멘 역시 4.09점이 최고이며, 4점을 넘는 가게는 5건만이 존재합니다.이정도면 3점대 후반~4.0 정도가 이 장르 음식들의 벽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며 위의 몇몇 음식점들은 그 한계를 뛰어넘은 극히 드문 예외 케이스라고 까지 생각됩니다.





반면 프렌치나 스시의 경우 미지의 영역인 4점대 후반을 쉽게 뚫습니다.

또한 4.00을 넘는 가게 역시 프렌치는 119건, 스시는 93건이 존재합니다.

일본에 널린게 스시집이라지만 라멘집은 더 널려있는데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차가 납니다.

고급 재료를 사용하고 가격도 비싼 음식점이 만족도도 더 높을 개연성은 충분하므로 저는 이런 산정방식에 불만은 없습니다.

하지만 구글에서 라멘집 '인류 모두 면류'나 타베로그 스시 1위의 '스시 사이토'나 점수가 비슷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즉, 타베로그에서 점수를 비교할 때는 같은 종목끼리 비교해야 하며, 어느 보더라인을 정해서 자기가 방문할 음식점의 필터링을 한다면 일단 한번 그 장르의 대략적인 점수대를 살펴보고 어느정도 조정을 하는 편이 좋습니다.



서두에서 썼지만 몇몇 단점들이 있긴 하나 저는 타베로그를 애용합니다. 용도에 맞게 쓴다면 써서 손해볼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일본에 갔는데 줄서기는 싫지만 어느정도 신경은 쓴 요리를 먹고싶다면 3.6정도로 필터링을 해서 동네의 음식점을 찾아보거나 하는데에는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일본 내에서 아마도 가장 대중적인 사이트인 만큼 타베로그에서 고득점의 가게를 순회하는 재미 역시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1등 사이트만의 재미입니다.

하지만 정말 각잡고 맛집을 검색한다면 타베로그 단독으로는 이용하지 않고 구글이나 다른 사이트의 리뷰와 함께 보는것이 좋습니다.

특히 타베로그 3.5 정도는 앞서 말했듯이 어느정도 (고의 여부를 떠나 맛이나 가격 대비) 정말 신뢰할 수 없는 가게도 많기 때문에 구글 리뷰와 대조해서 영 아니다 싶은 곳은 걸러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의외로 점수 사이의 간극이 큰 가게의 경우 구글쪽에 외국인에 대한 불친절이 있어서~ 하는 리뷰가 있는 곳도 발견하게 됩니다.

또한 미슐랭에서 별을 받은 가게라도 타베로그에서는 의외로 3점대 중후반에 머무는 경우가 있는데 왜 생각보다 점수가 높지 않은지 리뷰를 읽어보는 것도 유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최종적으로 어떤 음식점에 갈지는 결국 개인의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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