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가니에르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호텔의 피에르 가니에르에 혼밥으로 다녀왔습니다.
(부자연스러운 키워드 넣기를 싫어하는데 식사의 대부분이 혼밥인 저부터가 검색창에 레스토랑 이름+혼밥으로 검색해서 싱글 다이닝 친화도를 검색하기에 혼밥인 경우 혼밥 키워드는 넣는 편. 당연히 여기는 혼밥하기 좋습니다.)

정기적으로 메뉴가 변동되므로 당연히 지금과는 메뉴가 다르고, 최신메뉴는 홈페이지에서.
이날 기준 피에르 가니에르 런치는 바다를 선택하면 10만원, 육지를 선택하면 13만원, 둘 다 선택하면 15만원, 그리고 한우 안심으로 변경 시 3만원이 추가됩니다.
저는 소고기는 그리 내키진 않아서 바다 코스로..

웰컴푸드
볼링저 로제 샴페인이 글라스로도 있네요

이런식으로 한번에 여러개 깔아놓는 피에르 가니에르 스타일을 일본에선 칵테일 드 포쉐로 부르던데 한국에선 뭐라 하나요?(진짜 모름)

오우..맛있네

접시가 짱컸음
비트와 소렐 소스를 곁들인 대구 요리
비트의 조합이 어떠려나 싶었는데 전혀 이상하지 않고 맛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지금까지 계속 어느 측면에서 달콤하다고 느낄 수 있는 요리들이 진행되어 왔기에 메인으로 육류도 먹었어야 밸런스가 맞았나? 싶은데 이건 제가 소고기 싫다고 안 시켰으니..

디저트로 넘어갑니다.

오, 쁘띠뿌 메뉴들이 상당히 맛있네요
옆의 팀이 여기는 디저트 맛집이네 하시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소서에 흘린 줄 모르고 결국 바지에도 흘려버림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은 호텔&미슐랭 조합의 근본을 갖췄을 뿐 아니라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검증된 호텔 레스토랑을 원하는 커플에게는 물론이고 섬세한 프렌치를 즐기는 미식가에게도 좋은 선택지인 듯합니다.
개인 사업장에 비해 호텔 레스토랑이 좀 더 덮어놓고 까기 좋다곤 해도(이거 나만 그런가?) 이쯤 되면 까기 조금 주춤하게 되는..
그렇다고 맛없게 먹었다는 것은 아니고

피에르 가니에르는 한국 외에 당연히 프랑스에도 있고 일본에도 진출해 있습니다.
일본의 지점에 방문해 본 적은 없지만 '폰'으로 비교해보자면

한국은 생선은 10만, 고기는 13만, 둘 다는 15만이라면
일본의 경우 런치는 웰컴푸드와 칵테일 드 포슈, 메인, 디저트 등 전반적인 구성은 한국과 거의 비슷하고 여기서 메인을 고기만 혹은 생선만을 고를 경우 소비세, 서비스료 포함 8701엔이고 고기를 고르건 생선을 고르건 둘의 가격 차이는 없습니다.
고기와 생선 둘 다 선택할 경우 14295엔이고요. 여기에 요리 하나 더(현재 기준으로 추가요리는 랑구스틴이네요) 추가된 옵션이 18645엔입니다.
(여담이지만 일본도 세후가격을 표기하도록 하는 개정법률 시행일을 맞이하면서 세전가격 장난질이 줄어지는 추세입니다. 여전히 서비스료는 별도임ㅎ라는 가게는 있지만 적어도 세금까지 표시가격과 별도로 받는 곳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물론 벌칙조항은 없는걸로 알지만 근본있는 가게들은 적어도 웹상 표기는 많이 바뀜)
뭐..근본력으로 따지면 도쿄는 2스타이니, 한국이 더 비싸야 할 이유는 없고
빅맥지수는 아니지만..
음식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원가 베이스와 시장 상황을 조합하여 각 나라의 식자재의 수급, 물가, 경쟁하는 파인다이닝의 수준, 호텔 정책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고
저는 이 중 원재료 가격으로'만' 적정성을 따지는 소위 말하는 원가충(?)에 동의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음식 혹은 전체 코스의 완성도만 비슷하다면 더 저렴한 재료를 쓰더라도 같은 값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최대한 종합적으로 이해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물가와 재료는 일본과 비교했을때 어떠한가.

제가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에 방문했던 날 기준 일본 피에르 가니에르의 런치 생선 요리는 마토우다이(달고기)였고 고기는 일본의 지방의 브랜드 돈(豚)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뿔닭으로 바뀌었네요. 빵과 함께 나오는 버터는 일본은 보르디에 버터를 쓴다고 홈페이지에 자랑하고 있는데, 이건 취향의 차이이니. 아마도 한국에선 보르디에 정식 수입은 되지 않고 있기도 하고요. 저는 보르디에 쪽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요.
앞서 언급했듯이 파인다이닝에 가성비를 왜 찾냐 프렌치는 쉐프가 만들어내는 형이상학적인 가치의 완성도를 따져야지 물질적인 비교가 중요한 게 아니다..주의에는 저는 부분적으로만 동의할 수 있을 뿐
당대의 혁신은 언젠가 클래식이 되기 마련이고 피에르 가니에르도 한국에서의 입지 혹은 요즘의 트렌드와 비교한다면 충분히 클래식에 속한다고 생각하는데, 허나 아무리 클래식이라고 하더라도 파인다이닝을 찾는 이유에 새로운 식경험을 추구하려는 목적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고 실제로 이날 경험한 전채 메뉴들도 포션이 워낙 작아서 그렇지 클래식함 속에서 한국의 색채나 다양한 변주가 느껴지긴 했습니다. 확실히 소진화는 일어나고 저도 그중에서 플러스 인상을 받은 요리가 없지는 않았으나 섬세한 미식가의 경우 그런 메뉴의 임팩트가 저보다 훨씬 더 크게 와닿을 수도 있고요..허나 근본적인 재료 면에서 주재료, 부재료 모두 망상으로 경험해 본 일본과 비교했을때..역시 두 나라는 미식 환경에 차이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사실 그냥 일본은 상대적인 비교 없이 글을 쓰긴 좀 그래서 쓴 거고 처먹는 놈은 처먹는 일이나 하지 사업자도 아니면서 왜 한국의 식자재 가격이랑 제약조건을 모르면서 입터냐 그러면 할 말은 없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그럼 원가 대비 마진 비율이 동일하면 모든 게 이해가냐 하면 그건 또 아니라서..
결론은 그냥 제가 느낀 종합적인 인상이 그랬다는 소리입니다. 첫 방문이고 가장 짧은 코스였으니 레스토랑의 모든 것을 느끼기엔 아직 부족하겠지요.
일본 피에르 가니에르가 궁금해졌습니다.

 

아무튼 잘 먹었습니다.
가장 짧은 코스의 경우 점심은 한 시간 컷이니 빠른 전개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계산서나 영수증 등을 예쁜 봉투에 담아주는 파인다이닝이 점점 늘어나고 있더라고요.
피에르 가니에르의 경우 제가 보는 앞에서 다른 종이가 들어있던 봉투에 그 다른 종이를 빼고 다시 제 영수증을 욱여넣어서 주시던데.
(제가 일부러 구기거나 찢고 사진 찍은 것이 아닌 받은 그대로의 상태입니다.)
물론 이걸로 클레임을 걸면 제가 미친놈이지만
전반적인 서비스의 인상이 과잉 친절도 아니고 불친절도 아니고 그렇다고 요즘 업장처럼 프렌들리 하지도 않고 뭐 딱 이런 스타일의 인상이었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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