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지금은 자리를 옮겨 다시 오픈했습니다. 이 글은 그 전에 쓰였습니다.

지난 4월 24일 문을 닫은 갓포요리집 쥬안에 대한 글
제목을 정식집이라고 쓴 이유는 제가 점심시간에만 방문했고, 이곳은 점심시간에는 각종 정식 메뉴들을 제공했기 때문에 저에게는 점심의 정식 세트를 먹으러 가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닫기 2주쯤 전에 방문했을 때 이전 예정이지만 아직 이전할 장소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이전을 한다고 해도 상당히 시간이 걸릴 듯하여 그전에 아는 분이랑 같이 저녁에도 들려보려고 하였으나, 시기상 약속을 하기도 쉽지 않고 해서 결국 한 번도 저녁에 방문한 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가격이 정식집(定食屋)이라는 것은 아니고 사악한 가격입니다.
정식 외의 단품 메뉴도 메뉴판에서 주문 가능

맥주를 주문하면 예전에는 이런 식으로 간단한 오토시도 나왔는데..마지막에 방문했을 때는 그런 건 없었던 걸로?
생맥주는 제가 좋아하는 거품 많은 스타일의 에비스

정식 메뉴를 시키면 이렇게 사키즈케(先付け)가 먼저 딸려 나옵니다.
차례로 나노하나와 시라스, 키노코즈케, 고사리, 남반즈케(南蛮漬け)
계절마다 약간씩 변화는 있었는데, 입맛을 돋우는 전채로의 역할은 충분히 해줬습니다.

정식 메뉴는 이런 식으로 밥과 미소시루, 츠케모노와 함께 나옵니다.
제일 처음 갔을 때 시킨 모둠 후라이 정식
후라이는 3종의 소스도 같이 준비되어서 재료에 따라 취향껏 찍어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제일 마지막에 갔을 때도 후라이를 시켰는데, 재료는 계절이나 수급에 따라서 약간씩 변동이 있었습니다.
이날의 재료는 민치카츠, 닭고기, 새우, 참두릅, 가리비, 호박, 가지에 오쿠라도 있었던 것 같은데..벌써 가물가물 하네요
가리비 관자의 촉촉하면서 단 맛이 느껴질 정도로 잘 튀긴 후라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식 메뉴 중에서 딱 한번 주문했던 조림(煮付け) 요리
가끔 조림으로 오야코동이 준비될 때도 있는데 그런 날은 고민 끝에 아무리 그래도 오야코동을 25000원 주고 먹기엔 돈이 아까워서 다른 메뉴를 주문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떤 오야코동이 나왔을지 궁금합니다.
이날은 단품으로 소고기 후라이(60000)도 같이 시켜서 야채까지 데미글라스 소스에 싹싹 비벼먹었습니다.

쥬안의 또 다른 점심 메뉴인 햄버거 스테이크 정식
모듬후라이에 비해 참 작은 양이라 언제나 주문할 때 주저하게 되지만, 맛 자체는 좋았습니다.
이곳의 밥은 살짝 입자감이 강한 편으로 술술 넘어가는 스타일

생선구이는 삼치나 연어, 고등어 같은 생선이 주로 나왔는데 주문하면 꼬챙이에다 꼽아서 숯불에다가 구워냅니다.
일본에서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보면 이쿠라가 생각보다 비싸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런 걸 차치하고라도 저런 식으로 호쾌하게 부어다 주면 기분이 좋습니다.
이 외에도 파와 우유로 만든 소스나 白髪ネギ가 올라가기도 합니다.
곁들임 중에는 껍질을 벗긴 뒤 설탕에 절인 방울토마토가 입가심하기에 좋은 맛

사실 여기는 평소에 조용하게 잘 다니다가 점점 과밀 상태가 되어 방문을 안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가격대의 일식집 중 하나에 들렸다가 생각보다 실망을 했고 다음날 기억에서 잊혀가던 이곳에 다시 방문했더니 역시 맛도 좋고 상황도 어느 정도 쾌적해져 있었습니다. (비록 마지막 방문은 적절한 활기를 넘어서는 객층이 또 있긴 했지만!)
그래서 다시 다니던 와중에 이번에는 영업 중단!
어느 음식점이나 찬반양론이 있겠으나, 요즈음의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 정도 가격대의 일식 베이스의 가게들에 비해선 개인적으로 훨씬 마음에 들고 완성도도 높던 곳이라 아쉽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