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안

쥬안의 대게구이 코스

2021. 3. 6. 04:34

이전에 가끔 혼밥 하러 들렸던 쥬안이 임대차 계약 만료로 일단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블로그에 쓴 적이 있었는데(koinegau.tistory.com/182) 그때 아직 이전할 곳을 못찾았다고 해서 새로 오픈하는데 꽤 시간이 걸리려나 싶었는데 금세 새로 오픈을 했습니다.

예전에는 혼밥하러 들렸었는데 같이 가줄 형님이 생겨서 이번에는 둘이서 인당 25만원의 대게 코스로 방문.

개인적으로는 제가 털털한 성격이라고 생각하다가 요즘에야 드디어 제가 신경질적인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하였는데... 아무튼 물수건이랑 냅킨은 펼쳐보니 제 결벽증 성미와는 안 맞고...

저는 대게 애호가는 아니고 아직 대게는 가격대비 큰 매력은 모르겠는데, 같이 가는 분이 고르신 코스니까 군말 없이 따라갑니다. 남이 발라주는 게는 다르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도 작용했고...

참나물 위에 게살을 올린 사키즈케가 먼저 나왔습니다.

흰 살 생선과 게살로 만든 어묵이 들어간 오완. 간이 꽤 느껴지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복어와 한치, 도미회

아귀간이 워낙 감칠맛이 강하기 때문에 곁들여 먹으면 제 미각으로는 회는 주로 식감을 제공해주고 아귀간 맛으로 먹는 느낌으로 맛있습니다.

에비스 맥주도 한잔.

맥주잔도 이전하면서 바뀌었네요.

따뜻한 스타일로 만든 스시라고 소개해 주셨는데, 카나자와의 노도구로메시에 오챠를 부어먹는 것과 비슷할까요

보리멸과 토란 후라이

입천장 안까지는 밸런스의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

대망의 대게 구이.

두 명이서 한 마리라 다리 5개씩 나눠먹게 되었습니다.

대게를 구워 먹는 것은 처음인데, 확실히 소금과 함께 먹으니 단맛도 나고 맛있긴 하네요.

남이 발라주니 무엇보다 먹으면서 스트레스가 적은 것도 장점이고요.

대게도 안쪽 살에 내장 비벼먹으면 역시 맛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괜찮긴 하나, 여기에 드는 조달 원가만으로도 여전히 제 안에서 대게는 가격이 높은 식재라는 인상이 들긴 합니다.

소고기 후라이는 2인당 1접시가 나왔습니다.

쥬안의 데미글라스 소스는 워낙 꾸준하게 맛있고...안심 후라이 자체의 맛은 지난번보다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둘 다 대식가라 나중에 추가 요금 내고 각자 한 접시씩 붙잡을걸 그랬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식사는 장어솥밥.꽤 두께가 있는 장어였는데...

잘게 부수어서 나오는 스타일

이렇게 먹다가 와사비 넣어서 오챠즈케 해 먹고, 리필해서 또 먹고 3번째는 더 먹을 수는 있는데 눈치 보여서 그냥 싸 달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주먹밥으로 포장해 주십니다.

제 친구가 항상 제대로 된 와사비는 전혀 맵지 않다고 하는데(보관이나 가는 법에 따라서 차이나기는 하지만), 이 와사비가 정말 아무리 넣어도 맵지 않은 스타일이어서 생각이 났습니다.

치즈 곶감과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

 

요즘 음식점들도 양극화라고 할지 고급화라고 할지 가격을 올려도 잘 나가는 곳들이 많은데, 이곳도 이전하면서 어느 정도 평균적인 가격 수준이 높아지긴 하였으나 문전성시가 아닌가..싶습니다.

사실 이전하기 전에는 점심때 혼밥 할 동안 내내 혼자 인적도 있었는데 ㅎㅎ

물론 분위기나 손님 수는 우연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전하기 전에도 사업이니 투자니 얘기를 다이에서 아주 아주 많이 하는 사람이 있어서 신경이 쓰였는데, 이전하고 난 후에도 비슷한 부류의 소리가 들려서 뭐 요즘 주식이 핫하긴 핫하구나 싶기도 하고...

일본에서도 카니즈쿠시 코스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메인 대게요리에 이것저것 대게살을 이용한 요리들을 내오고 다른 요리들도 내오고 하는 식의 곳들이 많을텐데 개인적으로는 대게는 맛보는 정도로 충분하기 때문에 후라이나 장어솥밥 등의 다른 요리들이 충분히 나온 이정도 밸런스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다른 요리들도 맛보고 싶네요.

*지금은 자리를 옮겨 다시 오픈했습니다. 이 글은 그 전에 쓰였습니다.

지난 4월 24일 문을 닫은 갓포요리집 쥬안에 대한 글
제목을 정식집이라고 쓴 이유는 제가 점심시간에만 방문했고, 이곳은 점심시간에는 각종 정식 메뉴들을 제공했기 때문에 저에게는 점심의 정식 세트를 먹으러 가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닫기 2주쯤 전에 방문했을 때 이전 예정이지만 아직 이전할 장소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이전을 한다고 해도 상당히 시간이 걸릴 듯하여 그전에 아는 분이랑 같이 저녁에도 들려보려고 하였으나, 시기상 약속을 하기도 쉽지 않고 해서 결국 한 번도 저녁에 방문한 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가격이 정식집(定食屋)이라는 것은 아니고 사악한 가격입니다.
정식 외의 단품 메뉴도 메뉴판에서 주문 가능

맥주를 주문하면 예전에는 이런 식으로 간단한 오토시도 나왔는데..마지막에 방문했을 때는 그런 건 없었던 걸로?
생맥주는 제가 좋아하는 거품 많은 스타일의 에비스

정식 메뉴를 시키면 이렇게 사키즈케(先付け)가 먼저 딸려 나옵니다.
차례로 나노하나와 시라스, 키노코즈케, 고사리, 남반즈케(南蛮漬け)
계절마다 약간씩 변화는 있었는데, 입맛을 돋우는 전채로의 역할은 충분히 해줬습니다.

정식 메뉴는 이런 식으로 밥과 미소시루, 츠케모노와 함께 나옵니다.
제일 처음 갔을 때 시킨 모둠 후라이 정식
후라이는 3종의 소스도 같이 준비되어서 재료에 따라 취향껏 찍어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제일 마지막에 갔을 때도 후라이를 시켰는데, 재료는 계절이나 수급에 따라서 약간씩 변동이 있었습니다.
이날의 재료는 민치카츠, 닭고기, 새우, 참두릅, 가리비, 호박, 가지에 오쿠라도 있었던 것 같은데..벌써 가물가물 하네요
가리비 관자의 촉촉하면서 단 맛이 느껴질 정도로 잘 튀긴 후라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식 메뉴 중에서 딱 한번 주문했던 조림(煮付け) 요리
가끔 조림으로 오야코동이 준비될 때도 있는데 그런 날은 고민 끝에 아무리 그래도 오야코동을 25000원 주고 먹기엔 돈이 아까워서 다른 메뉴를 주문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떤 오야코동이 나왔을지 궁금합니다.
이날은 단품으로 소고기 후라이(60000)도 같이 시켜서 야채까지 데미글라스 소스에 싹싹 비벼먹었습니다.

쥬안의 또 다른 점심 메뉴인 햄버거 스테이크 정식
모듬후라이에 비해 참 작은 양이라 언제나 주문할 때 주저하게 되지만, 맛 자체는 좋았습니다.
이곳의 밥은 살짝 입자감이 강한 편으로 술술 넘어가는 스타일

생선구이는 삼치나 연어, 고등어 같은 생선이 주로 나왔는데 주문하면 꼬챙이에다 꼽아서 숯불에다가 구워냅니다.
일본에서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보면 이쿠라가 생각보다 비싸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런 걸 차치하고라도 저런 식으로 호쾌하게 부어다 주면 기분이 좋습니다.
이 외에도 파와 우유로 만든 소스나 白髪ネギ가 올라가기도 합니다.
곁들임 중에는 껍질을 벗긴 뒤 설탕에 절인 방울토마토가 입가심하기에 좋은 맛

사실 여기는 평소에 조용하게 잘 다니다가 점점 과밀 상태가 되어 방문을 안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가격대의 일식집 중 하나에 들렸다가 생각보다 실망을 했고 다음날 기억에서 잊혀가던 이곳에 다시 방문했더니 역시 맛도 좋고 상황도 어느 정도 쾌적해져 있었습니다. (비록 마지막 방문은 적절한 활기를 넘어서는 객층이 또 있긴 했지만!)
그래서 다시 다니던 와중에 이번에는 영업 중단!
어느 음식점이나 찬반양론이 있겠으나, 요즈음의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 정도 가격대의 일식 베이스의 가게들에 비해선 개인적으로 훨씬 마음에 들고 완성도도 높던 곳이라 아쉽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