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홋카이도로 가는 날

아오모리의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홋카이도 신칸센의 정차역인 신아오모리역으로 가야 하는데 환승 연계가 모든 홋카이도행 신칸센에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간대에 따라 몇십 분 일찍 나와서 신아오모리 역에서 대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날은 마침 늦잠을 자기도 하고 해서 그냥 택시를 타기로..

마침 일본의 입시 시험일 근처이기도 하고 해서 기사 아저씨가 저보고 수험보러 가는 학생인 줄 아셨다고 합니다.

여튼 택시 기사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가는데 홋카이도의 특급들이 지연되는 모양이라는 뉴스를 들었다고 하시는데, 이때 얌전히 기사님한테 아오모리 공항으로 가달라고 했어야 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신아오모리 역에서 신칸센으로 환승하는 과정까지는 매끄러웠습니다.

그린샤 패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신칸센도 그린샤로 발권

토호쿠-홋카이도 신칸센중에 홋카이도까지 투입되는 차량은 E5계와 H5계가 있는데 이 편성은 조금 유니크한 H5계였습니다. 구조나 전체적인 베이스 컬러에서 큰 차이는 없으나 디테일한 면에서 JR동일본의 차량인 E5계와 JR홋카이도의 차량인 H5계는 약간씩 차이가 나는데 외관상으로 가장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일반적인 E5계는 차체의 띠색이 핑크색인 반면 H5계는 사진과 같이 보라색이라는 점

조금씩 운용이 달라지긴 해도 검색해 보면 어떤 시간대에 타야 H5계로 운행되는 열차를 탈 수 있는지도 나오기 때문에 약간의 호기심에 저도 시각표를 찾아보고 일부러 이 시간대를 예약했습니다.

신칸센 그린샤 내부는, 종점까지 가는 내내 저 혼자였습니다.

아직까지 이 구간이 주 수익구간은 아니라곤 하나 이렇게까지 한산하기도 쉽지 않은데 한 칸을 전세 내니 잠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좌석 앞에 있는 시각표를 구경하면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데..

열차 내부에서는 계속 전날 쌓인 눈 때문에 운행 정보 안내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타고 있는 홋카이도 신칸센 구간은 크게 지연이 안되었지만, 갈아타야 하는 재래선 특급이 아예 운행을 못하고 있는 상황

차장한테도 물어봤는데(라기보단 먼저 다가와서 안내를) 버스로 삿포로까지 가려면 어차피 4~5시간은 소요된다는 답을 들어서 일단 자세한 것은 내려서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신칸센의 종착역인 신하코다테호쿠토역

환승하는 열차는 어차피 이 시점에서 운행 할리가 없기 때문에 약간의 장기전은 각오하면서 이곳저곳 사진을 찍어봅니다. H5/E5계는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요 주둥이도 특징적인 부분의 하나입니다.

원래는 10시 24분의 재래선 특급으로 환승할 예정이었는데, 아예 재래선 개찰구를 막아놓은 상황이고 운전 재개는 미정이라고 방송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나아질 기미는 안 보이는데 신치토세 공항에서 가족이랑 만나기로 한 약속도 있고.. 부랴부랴 버스를 찾아봐도 버스는 당연히 만석이고 다시 신아오모리까지 내려갔다가 비행기를 타고 건너는 방법도 생각해 봤는데 이것도 시간이 애매한 상황

결국 아직 탈 열차도 정해지지 않은 채 역 안의 도시락 카페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1680엔인데 이 정도면 굴도 실하고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역 안에 있어봐야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짐은 코인로커에 넣고 이곳저곳 둘러봤는데 신하코다테호쿠토역은 신칸센과의 환승을 위한 역으로 하코다테의 시가지와는 조금 떨어져서 한적한 느낌입니다.

밤중에 내린 눈의 처리 작업이 밀려서 결국 원래 타려고 했던 열차의 2시간 뒤 열차도 취소가 되고..

원래는 첫 번째 표의 열차를 타려고 했으나 운행이 취소되고

두 번째 표의 경우 열차는 운행을 하지만 자리가 안 나서 어쩔 수 없이 토야-미나미치토세간의 자리가 비어있다는 구간만 발권했습니다.

그런데 이 마저도 취소되고 그린샤를 제외한 지정석 모든 표는 무효로 하고 그린샤를 제외한 열차는 자유석으로 사용하겠다고 해서 표가 날라간 상황..

신하코다테호쿠토역에 모인 인원수를 생각하면 이걸 캐리어 들고 타는 건 좀 아니다 싶어서(심지어 하코다테에서 올라오는 열차라 입석으로라도 탈 수 있을지 조차 애매한 상황) 이걸 타는 건 포기

다음에 오는 슈퍼 호쿠토 15호 역시 만석이라 발권이 계속 안되던 상황이었는데 운 좋게 잠깐 공석이 풀린 걸 보고 바로 창구로 달려가서 발권받았습니다.

이날 검찰은 따로 실시하지 않고 줄 세웠다가 열차 출발 시각이 다가오면 그냥 개찰을 열어버리는 방식이었습니다.

원래 다이아대로는 15시 15분발 열차이지만 1시간 정도 지연돼서 신하코다테호쿠토역에 도착한 슈퍼 호쿠토 15호

추가 지연의 이유는 선로 문제도 있지만 승객이 너무 몰려서 이를 통제하느라 지연된 부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원래 일행한테는 신치토세 공항까지 마중 나갈 계획이었고 시간 여유도 한두 시간 정도는 잡아놨는데 일정이 5시간 이상 꼬여버려서 삿포로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날은 운행 루트도 평소와는 달랐습니다.

하코다테 본선은 지선들이 있는데, 이 구간도 그중 하나로, 당연히 정규 루트는 선형이 곧은 왼쪽이고, 오른쪽은 사와라 지선으로 훨씬 우회하는 루트입니다. 그런데 대설로 인해 왼쪽 구간을 운행하지 못하게 되어, 오른쪽으로 우회해야 하는 상황

그런데 문제는 위의 오오누마 공원(大沼公園) 역이 왼쪽으로 가야만 정차할 수 있는 역인데 이 특급의 정차역에는 포함이 되어있고 여기서 내릴 사람은 존재한다는 거죠

그래서 한정거장 앞의 오오누마(大沼) 역에서 임시정차를 해서 승객을 떨구고 갔습니다.

아마도 이 특급이 오오누마 역에 정차하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을 듯한데 운나쁘게도 거기에 당첨이 되었네요.

그린샤는 3열 배열로, 가는 도중은 나름대로 편안했습니다.

그러나 삿포로에 도착한 것은 오후 8시.. 원래 계획과는 최종적으로 6~7시간 정도의 차이가 났습니다.

숙소에서 나선 게 오전 8시 좀 넘어서인데 12시간 정도가 걸렸네요..

이날의 원래 계획은 모두 취소하고 저녁을 먹고 숙소로 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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