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숙수

20.12 청담동/권숙수

2021. 4. 24. 02:46

청담동에 있는 한식 파인 다이닝 권숙수

일상에서 한정식집은 가끔가다 가는 일이 있어도 이 정도의 이노베이티브 한 한식을 접할 기회는 거의 없기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들어갑니다.

미슐랭 2스타 이기도 하고요.

층고 낮은 탁자 위에 다시 개인 반상이 각자 올라가 있습니다.

코스 메뉴 3종이 있기에 메뉴부터 구경

우리는 왼쪽의 미식상을 주문하고 한우 육회를 추가주문 했습니다.

지금 이렇게 보니 숙수상도 구성이 괜찮은 것 같기도 하네요

주문을 하니 이렇게 보기 편하라고 따로 메뉴 종이를 준비해 주시는 것부터 아주 좋습니다.

7종 한입거리와 김포 특주

지금 와서 하나하나의 맛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전채 메뉴로는 매우 호사스러운 구성이었고 맛있었습니다.

보리지로 데코를 한 40년 숙성 씨간장과 국내산 캐비어와 전복 무침

씨간장은 직접 스포이드로 떨어트려 주십니다.

아직 캐비어를 그리 많이 맛보지 않아서 그런가 개인적으로 캐비어는 좀 코스트 퍼포먼스 낮은 스찌음식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이건 그나마 녹진한 맛이 전복살과 어우러지는 게 나쁘지 않았던 메뉴

이어서 나온 민어구이와 백합죽

위의 꽃은 고수 꽃으로 기억하고..

민어를 한번 쪄낸 다음 다시 팬 프라잉 했다고 합니다.

민어 밑에는 훈연한 방풍나물이 깔려있고 그 밑으로 백합죽이 들어갑니다.

같이 간 생선 싫어하시는 분은 방풍나물 향이 너무 세다고 불평을 하시는데...생선 못 먹으면 고마워해야 되는 것 아닌가?

아무튼 그대로 떠먹으면 살짝 방풍 향이 세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민어 살과 백합의 간간한 뉘앙스의 죽이 매우 잘 어울려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추가 메뉴로 주문한 참송이와 까치버섯으로 무친 한우 육회

예전에 다른 후기를 보니 이런 추가 메뉴는 테이블당 하나도 가능은 한 것 같던데.. 저희는 각자 주문했습니다.

한우 꾸리살에 까치버섯을 같이 버무리고 위에는 참송이 버섯을 올라갑니다.

옆의 간장 소스에도 송이 다진 것과 산초가 들어가고

같이 제공되는 가루는 참기름과 케일 파우더라고 하네요.

이런 게 진짜 그릇 값 받을만한 접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물론 맛 자체도 훌륭하지만 야생버섯이라 그런지 몰라도 딱딱한 게 한두 번 씹혀서, 식감 면에서는 별로였습니다.

미식가를 위한 한국의 포

좌상 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각각 한우 홍두깨살, 꿩, 전복, 사슴으로 만든 포라고 합니다.

역시 이런 곳의 포는 건조되면서 감칠맛이 엄청나게 응축되어 있고, 옆의 한우 양지와 송이, 꿩으로 만든 육수는 포와 중첩되어 조금 과한 느낌은 들면서도 송이 향이 느껴지는 게 맛있습니다.

그래도 이쯤 되니 술을 시키지 않을 순 없어 글라스로 샴페인을 부탁드렸습니다.

맨 처음 메뉴를 받았을 때 뒷면에 글래스 샴페인이 앙리 지로 에스쁘리 나뚜르로 올라가 있어서 그게 나올 줄 알았는데, 파이퍼 하이직이~

뭐 이것도 괜찮지만요.

국수 메뉴로 나온 트러플 콩국수

트러플뿐 아니라 모렐 버섯과 그린빈이 들어가며 콩국과도 밸런스 좋았던 메뉴.

트러플을 굳이 모든 나라 요리에 올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또 올라가면 맛있게 먹긴 합니다.

 

간사한가?

 

같이 간 분은 이게 제일 맛있었다고 하시는데, 저는 그분만큼 트러플을 좋아하진 않아서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붕장어 튀김과 트러플 칠게 소스

감자와 쌀피로 만든 튀김옷에 감태를 감아 나왔는데, 첫 점은 소스 찍지 않고 그대로 먹는 게 의미가 있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튀김 자체로만 놓고 보면 일본식 코로모에 비해서 튀김옷이 큰 장점이 있다고는 느껴지지 않았고

대신 소스와 찍어먹을 때 소스가 흡착되면서 소스와의 궁합이 괜찮았습니다.

쉬어가는 입가심 메뉴인 청포도와 오이로 만든 소르베

메인은 고를 수 있는데 전복 솥밥과 한우 떡갈비 반상이 추천이라고 하셔서 둘 다 그걸로 선택했습니다.

솥밥은 먼저 한번 보여주시고 다시 담아 나옵니다.

가운데도 반상 하나 걸쳐서 다리 만들어 주고

반찬은 리필이 가능해서 깨순 나물 무침은 나중에 리필했습니다. 나머지 반찬들은 제주 딱새우 장, 가자미 식해, 오이지무침, 순무로 담근 열무김치

톳이 들어간 전복 솥밥은 맛이 아주 강하진 않았는데, 지금까지 계속 감칠맛이 응축된 요리들을 먹어와서 오히려 이런 정도가 반가웠고 아욱국과 같이 먹으니 딱 좋았습니다.

국은 아무래도 뜬 상태로 제공되다 보니 가장자리가 지저분하네요.

한우 갈빗살로 만든 떡갈비는 가니쉬로 청경채 볶음, 표고버섯, 시래기 볶음과 유자 물김치가 나왔고

갈빗살로 만들어 풍미 좋으면서 시그니쳐 메뉴답게 정석적인 떡갈비였습니다.

과편과 파프리카: 굴 과편, 파프리카 아이스크림, 바나나칩

아이스크림 밑에도 파프리카 조각들이 깔려있습니다.

오이부터 해서 조금씩 호불호 메뉴들이 나오는데.. 글쎄 메뉴 자체는 무척 고급스럽지만 파프리카는 워낙 싫어해서... 지금까지 몇몇 파인 다이닝에서 싫어하는 식재를 극복한 경험이 많지만 이건 아니었습니다.

숙수상에는 이 메뉴가 없어서 숙수상이 괜찮아 보인 이유 중 하나

디저트 카트의 다과들

다 드릴까요?

다 주세요~ㅎㅎ

먼저 멘트해 주시는 것 좋네요!

심미적으로도 예쁘고 애플민트 티와 먹기에 좋았습니다.

입안에서 터지는 오미자 봉봉이 마음에 들었어요

처음 들려본 한식 파인 다이닝인 권숙수는 점심 치고 가격이 세지만 구성은 그 이상으로 괜찮았고 담당해주신 서버 분도 친절하여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였습니다.

한식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몇 가지 편견들이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메인이 밥, 국과 함께 나와서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날의 떡갈비 메뉴는 아주 뇌리에 남을 정도까진 아니어도 맛있게 먹었고

디저트 역시 한식이 약하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취향은 차치하고 디저트 카트라던가 이런 다양한 시도들이 좋게 느껴졌습니다.

아주 혁신적인 요리를 그닥 좋아하진 않아서 메뉴만 보고는 아 이 정도가 딱 저의 마지노선이겠다 싶었는데 그런 저도 막상 먹어보니 크게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맛있게 먹은 식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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